SSG 박종훈. 스포츠동아DB
SSG 랜더스 우완 잠수함투수 박종훈(33)은 2022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5년 총액 65억 원에 ‘비(非) 프리에이전트(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재활 중이었음에도 구단은 그를 믿었고, 박종훈 역시 큰 책임감을 느끼며 착실히 재활한 끝에 1군 무대에 복귀했다. 2022년 한국시리즈(KS)에선 3경기(2.1이닝)에 등판해 2홀드를 따내며 팀의 우승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1군 18경기에선 2승6패, 평균자책점(ERA) 6.19로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도 8월까지 9경기에서 1승4패, ERA 7.71에 그쳤다. 이숭용 SSG 감독은 시즌 초부터 박종훈에게 선발 기회를 주며 “눈치 보지 말고 던지라”고 당부했지만, 박종훈은 마음먹은 대로 투구가 되지 않자 답답함이 커졌다. 결국 6월 17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기약 없는 기다림이 거듭됐다.
25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으로 무려 101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다. 5강 경쟁이 한창인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실전감각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그는 4.2이닝 2안타 1홈런 3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버티며 팀의 8-2 승리를 도왔다. 견제동작, 슬라이드 스텝 등의 디테일과 자신감이 이전보다 향상된 것 또한 고무적이었다. 이 감독도 26일 창원 NC전에 앞서 “박종훈은 선발이든 불펜이든 포스트시즌(PS)에 가게 되면 함께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결과에만 주목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이전과 비교해 자신감과 절박함이 느껴졌다. 팀이 가장 필요로 한 상황이고, 경기감각도 떨어져 있음을 고려하면 매우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견제와 슬라이드 스텝도 정말 좋아졌다. 퓨처스(2군)팀에서 그만큼 노력한 결과”라고 칭찬했다. 이어 “경험도 많으니, 마운드에 올라가면 자기 역할은 충분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훈은 “처음에는 막연히 잘 던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며 “2군에서 코치님들이 ‘넌 그런 투수가 아닌데, 왜 스스로 널 깎아내리냐’며 자신감을 심어준 덕분에 한층 더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창원|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