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팅볼 던지고 덕아웃 뒤편서 숨은 헌신…KT 박경수, 팀 위해 자신 내려놓은 용기 [PS 다이어리]

입력 2024-10-03 12: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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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은 KT 주장 박경수. 스포츠동아DB

팀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은 KT 주장 박경수. 스포츠동아DB


KT 위즈 주장 박경수(40)는 4월 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4월 2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 대수비 출장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퓨처스(2군)팀 연고지인 익산이 아니라 수원에 계속 머물렀다.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맞은 그는 2군에서 마지막 몸부림을 치기보다는 뒤에서 1군 후배들을 돕는 길을 택했다. 팀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은 것이다.

●덕아웃 뒤편에서

박경수는 지난해 은퇴를 고민하다 현역 연장을 결심했다. 이강철 KT 감독이 “젊은 선수들이 클 때까지 1년만 더 뛸 수 없겠느냐”고 설득한 덕분이다. 이 감독은 수비에서만큼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리더가 필요했다.

그렇게 은퇴를 보류했지만, ‘후배 자리를 빼앗고 싶지 않다’는 게 박경수의 확고한 생각이다. 이에 그는 9월 확대 엔트리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 합류 제안을 정중히 고사했다. 그는 “감독님께 ‘젊은 선수를 한 명 더 기용하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씀드렸다”고 털어놓았다.

박경수는 함께 뛰는 마음으로 뒤에서 헌신해왔다. 경기에 앞서서는 늘 후배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고, 경기 중에는 덕아웃 뒤편에서 자신을 찾아오는 선수들을 다독였다. 또 경기 후에는 그라운드로 나가 팬에게 인사했다.

박경수는 “덕아웃 뒤편에서 후배 선수를 달래고 외국인선수와 소통하느라 바쁘다”며 웃었다. 이어 “그곳에서 때로는 지도자가 돼보고, 때로는 젊은 선수가 돼보면서 공부하는 시간이 참 좋았다”며 “이렇게 1군과 동행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복이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KT 박경수가 후배 선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T 박경수가 후배 선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뜨거운 눈물



박경수는 지난달 2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정규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 눈시울을 붉혔다. 팬과 인사하던 도중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연호하는 목소리에 그만 말을 잇지 못했다. 평소와 다른 감정이 들어서였다. 그는 “김주일 응원단장님이 내 응원가를 틀고 팬들과 내 이름을 연호하는 순간, 가슴 속에서 무언가 올라왔다”며 “우리는 늘 최종전을 마치고 주장이 먼저 인사하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박경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선수생활의 황혼기다. “경수 형이 쉽게 (유니폼을) 벗게 하지 않겠다”는 고영표와 같은 후배가 많기에 고마운 마음 또한 크다. 그는 “동생들에게 참 고맙다. 올 시즌 역시 후배들이 우리의 저력을 증명해주기까지 해 더욱 고마웠다”고 밝혔다. 이어 “평소 지인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은퇴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하곤 했다”며 “KT는 내 커리어 이상으로 나를 대우해주는 팀이다. 거기에 좋은 팀, 감독님, 코치님, 동생들까지 만나지 않았는가. 난 정말 복 받은 사람”이라고 웃었다.


잠실|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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