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과 다르다…천적도, 데이터도 알 수 없는 가을야구

입력 2024-10-09 13: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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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왼쪽)이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수원|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KT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왼쪽)이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수원|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포스트시즌(PS)에는 정규시즌과 다른 중압감이 있다.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부터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치러지지만, 시리즈마다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경기는 항상 껴있기 마련이다. ‘내일이 없는 운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이에 사령탑들은 과거의 데이터와 현장의 안목을 두고 저울질하거나 오랜 경험으로 쌓인 노하우를 십분 활용한다. 그런데 올해 PS에선 천적관계를 비롯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많은 숫자가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KT의 신들린 안목

올해 PS의 묘미를 가장 먼저 느끼게 해준 팀은 KT 위즈였다. KT는 PS에 앞서 SSG 랜더스와 치른 5위 결정전에서 1-3으로 뒤진 8회말 김광현이 구원등판하자, 당시 물오른 타격감의 김민혁 대신 대타 오재일 카드를 꺼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재일은 올 시즌 김광현을 상대로 7타석에서 단 1안타만을 뽑고 있었는데, 과거 좋은 타구를 날린 사실을 이강철 KT 감독은 기억하고 있었다.

이 감독은 또 와일드카드(WC) 결정전 2경기에 모두 대타로 활용했던 문상철을 LG 트윈스와 준PO 1차전에선 과감하게 선발로 기용했는데, 이 카드가 통했다. 문상철은 2회초 무사 1루에서 디트릭 엔스의 몸쪽 직구를 받아쳐 선제 좌월 2점홈런으로 연결했다. WC 결정전 2경기에선 대타로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올 시즌 좌완 엔스를 상대로 타석에서 반응이 좋았던 장면을 떠올린 이 감독의 수가 통했다.

●가을에만 고개 숙인 LG 천적 벤자민

반면 KT가 당한 사례도 있었다. KT는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벌어진 준PO 3차전 선발투수로 웨스 벤자민을 내세웠다. 애초 선발로테이션상으로는 윌리엄 쿠에바스의 순서였다. 그러나 시리즈의 향방이 걸린 3차전의 중요성이 몹시 컸다. 이에 이 감독은 LG에 강한 벤자민에게 3차전 선발의 중책을 맡겼다.

벤자민은 2022년부터 LG를 상대로 통산 10경기에서 5승2패, 평균자책점(ERA) 1.66으로 강했다. 하지만 가을야구에선 달랐다. 이날 그는 5이닝 6안타 2홈런 2볼넷 5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졌다. 지난해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3차전(5이닝 7안타 4실점)에 이어 또 한번 PS에서 고개를 숙였다. 정규시즌 도중 벤자민에게 수차례 당한 염경엽 LG 감독의 경험이 곧 데이터가 돼 빛을 발한 것이다. 염 감독은 정규시즌 때와 달리 ‘빅볼’로 일관하며 벤자민의 특정 코스와 구종을 파고들었다.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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