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스타즈 선수들. 부천|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23~2024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청주 KB스타즈는 해외무대로 떠난 ‘국보 센터’ 박지수(튀르키예 갈라타사라이·193㎝) 없이 2024~2025시즌을 치러야 한다. 박지수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29경기에서 평균 30분5초를 뛰며 20.28점·15.2리바운드·5.4어시스트·1.8블록의 성적으로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팀 전력의 핵이었다. 그렇다 보니 그가 없는 KB스타즈의 전력에 우려를 드러내는 이들이 많다.
김완수 KB스타즈 감독도 이런 평가를 모를 리 없다. 그러나 박지수가 공황장애로 9경기에만 나섰던 2022~2023시즌의 아픈 경험이 있기에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준비과정이 그리 어색하진 않았다. 2년 전에는 박지수의 갑작스러운 이탈에 선수단이 크게 당황한 가운데 부랴부랴 준비한 ‘플랜 B’마저 통하지 않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일찌감치 대비한 덕분에 충격파가 덜한 모습이다. 높이는 낮아졌지만, 팀의 무게중심을 골밑에서 외곽으로 이동해 과거와 다른 색깔을 보여주고자 한다.
첫 단추는 잘 끼웠다. 27일 부천 하나은행과 원정 개막전에서 64-56으로 이겼다. 진안(182㎝)-양인영(184㎝)의 더블 포스트를 앞세운 하나은행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 의미가 크다. 높이 싸움에서 밀리더라도 이길 수 있는 해법을 어느 정도 찾았기 때문이다. 이날 KB스타즈는 리바운드 대결에선 27-45로 크게 밀렸지만, 가드진의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분간 KB스타즈는 강이슬과 허예은을 중심으로 나윤정, 나가타 모에(일본), 김소담으로 베스트5를 꾸릴 가능성이 크다. 이들 모두 상황과 관계없이 3점슛을 시도할 수 있다. 다양한 공격 루트를 개척할 수 있는 조합이다. 김 감독이 주목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박지수가 빠진 상황에서 골밑의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외곽에서 슛을 많이 던져야 한다”며 “앞으로 3점슛을 더 던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 같다. 30% 이상의 성공률로 10개 이상의 3점슛이 나와야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성장속도 또한 빠르다. 허예은은 직접 공격 기회를 만들고 득점할 수 있는 가드로 거듭났다. 27일에도 팀 내 최다득점(19점)을 기록했다.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할 강이슬의 슛 감각은 건재하고, 나윤정도 한번 감을 잡으면 무섭게 터지는 슈터다. 수비력이 뛰어난 나가타는 내·외곽을 넘나들며 득점할 수 있는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향이라 팀의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박지수의 공백을 팀 차원에서 메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큰 이유다. 김 감독은 “한 선수만 바라봐선 안 된다. 모두 다 같이 해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팀으로서 색깔을 많이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