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김인성(오른쪽 2번째)이 11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 연장 후반 결승골을 뽑은 뒤 벤치로 달려가며 환호하고 있다. 상암|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검붉은 기운이 상암벌을 뒤덮었다. ‘전통의 명가’ 포항 스틸러스가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국내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코리아컵(옛 FA컵) 정상에 우뚝 섰다.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11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올 시즌 K리그1 챔피언 울산 HD를 연장 혈투 끝에 3-1로 꺾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포항은 올 시즌 K리그1을 6위로 마치며 놓칠 뻔한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도 따냈다.
1-1로 팽팽한 연장 후반 7분 결승골을 뽑은 포항 베테랑 공격수 김인성은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그는 “축구인생에 가장 감격스러운 득점이다. 친정 앞에서 골 세리머니를 자제하지 못할 만큼 감정이 벅찼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부터 포항 유니폼을 입은 김인성은 2016년부터 2021년 여름까지는 울산 소속이었다.
이로써 1996, 2008, 2012, 2013, 2023년에 이어 통산 6번째 코리아컵을 품은 포항은 최다 우승 단독 1위가 됐다. 이제 전북 현대, 수원 삼성은 공동 2위(5회)다.
올 시즌 K리그1을 평정해 3연패를 이룬 김판곤 감독의 울산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자, 통산 2번째 우승으로 ‘더블(2관왕)’을 노렸으나 준우승에 그쳤다. 지금까지 더블에 성공한 팀은 2013년 포항과 2020년 전북뿐이다. 울산은 또 대회 최다 준우승(1998, 2018, 2020, 2024년)을 기록했다.
포항은 전반 38분 이청용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은 울산 주민규에게 먼저 실점했으나, 후반전 반격을 통해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특히 MVP 출신들이 높이 비상했다. 2021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MVP를 받았던 정재희가 후반 24분 상대 페널티아크 지역에서 왼발로 때린 공이 이청용을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정재희는 이 골로 대회 득점왕(4골)에 올랐다.
연장 후반 결승골은 지난해 대회 MVP 김종우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한찬희 대신 투입된 김종우가 왼쪽 측면에서 띄운 크로스를 김인성이 껑충 뛰어올라 헤더 역전골로 연결했다. 포항은 연장 후반 추가시간 역습 상황에서 강현제의 쐐기골로 ‘동해안 라이벌’을 확실하게 주저앉혔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