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정몽규 회장, 신문선 교수,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왼쪽부터)의 3파전으로 치러진다. 사진출처|대한축구협회, 뉴시스, 스포츠동아DB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4연임에 도전하는 정몽규 현 회장(62)과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66),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69)의 3파전으로 치러진다. 후보 3명 모두 25일 대한축구협회(KFA) 선거운영위원회에 후보 등록 절차를 마쳤다. KFA 회장 선거가 경선으로 진행되는 것은 정 회장이 52대 수장에 오른 2013년 1월 이후 12년 만이다.
정 회장이 1번, 신 교수가 2번, 허 전 감독이 기호 3번을 받은 가운데 선거는 내년 1월 8일 직접투표 방식으로 치러진다. 허 전 감독이 동계전지훈련 등의 사정으로 투표하기 어려운 현장 지도자 및 선수들을 위해 온라인 및 사전투표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KFA 선거운영위원회는 “비밀투표를 보장할 수 없어 대한체육회와 대부분 회원종목단체가 직접투표를 택하고 있다”며 거부했다.
정 후보는 26일 공약 발표를 통해 ▲KFA 신뢰 회복 ▲국제경쟁력 강화 ▲축구산업 발전 ▲축구저변 확대 등 4대 목표를 제시했다. 또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방식 재정립과 인사 개혁, 2031아시안컵 및 2035여자월드컵 유치, K리그 글로벌 스탠더드 규정 준수, 유럽진출센터 설치 등을 약속했다.
신 교수도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불량축구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낙인찍힌 KFA를 한국축구를 통합하는 의미에서 ‘KFF’로 탈바꿈하겠다”고 했고, 지난달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허 전 감독은 “한국축구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운동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미 각 후보는 전국을 돌며 축구인들과 스킨십을 시작했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도 나왔다. 백현식 부산시축구협회장은 29일 “축구종합센터를 시작한 이가 마무리해야 한다. 축구계 분열도 정 회장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운동 개시 이후 첫 특정 후보 공개 지지다.
일단 정 회장이 유리해 보이지만, 기존 체제와 집행부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승부조작 가담자 기습 사면 시도, 반복된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 행정적 난맥상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하다. 선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순 없으나, 냉랭한 ‘팬심’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다.
그렇다고 ‘범야권’의 선거 전략이 인상적인 것도 아니다.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용기와 결단 외에는 내세울 만한 게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은 안 된다’면서도 정작 ‘자신이 왜 적임자인지’는 명확하게 납득시키지 못해서다. 또 정 회장의 ‘기득권’에 맞서려면 단일화 논의도 필요한데, 현재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선거운동을 위한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따라서 서로를 향한 비방과 흑색선전, 폭로보다는 확실한 비전과 올바른 정책 방향의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 범야권이 제안하고 정 회장이 수락한 ‘공개 토론’도 빠를수록 좋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