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 하키銀 박순자 씨, 4명에게 생명 나누고 떠나

입력 2024-12-30 09:4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여자 하키 국가대표 출신 박순자(58)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3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박 씨가 지난 30일 경희대학교 병원에서 심장과 폐장(다장기 동시 이식),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9월부터 두통으로 치료를 받던 와중에 11월 21일 저녁 집 근처 수영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하였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생전에 기증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남겼기에 가족들은 박 씨의 뜻을 지켜주고자 뇌사장기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기증이 적어 이식을 받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 있다는 TV 방송을 본 후 “내가 죽게 된다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증을 하고 싶다”고 자주 이야기했다. 가족들은 박 씨의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을 보며, 생명나눔을 실천하고자 했던 박 씨의 의지를 따르고자 기증을 결심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 씨는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하며,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 보이면 먼저 다가가 어려움에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박 씨는 중학교 시절 육상선수로 활약하다 고등학교 때 여자하키로 전향하여 8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와 88년 서울 올림픽 여자하키팀 은메달리스트가 되었다. 최근까지도 매주 등산을 다녔고, 수영과 마라톤, 사이클도 즐겨하여 2024년 한강 철인3종경기와 서울평화마라톤 10km도 완주했다.

박 씨는 여자하키 국가대표 은퇴 후 생활가전 유지보수 팀장으로 근무했다. 퇴직을 준비하며 건강한 신체로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처럼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했다. 또한, 매월 불우이웃 후원을 해왔으며 봉사와 나눔에도 꾸준한 활동을 하였다.

박 씨의 아들 김태호 씨는 “엄마. 나 키우느라 고생 많았고, 아들 취업했다고 같이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함께 좋은 시간 많이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 한 것이 너무 아쉬워요. 엄마는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줬는데 나는 그러지 못한 거 같아서 미안해요. 엄마 많이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라며 어머니를 보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삶의 끝에 4명의 생명을 살린 영웅 기증자 박순자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러한 기증자의 따뜻한 마음이 연말 사회 곳곳에 따뜻한 온기로 퍼져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 misty8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