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했던 PGA 투어 개막전 - 더 센트리 관전기 [윤영호의 ‘골프, 시선의 확장’] 〈25〉

입력 2025-01-06 12: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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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5일(현지시간) 미 하와이주 카팔루아의 카팔루아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 정상에 올라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마쓰야마는 최종 합계 35언더파 257타로 사상 최저 언더파를 기록하며 우승(통산 11승)했다. 카팔루아(미국) ㅣAP 뉴시스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5일(현지시간) 미 하와이주 카팔루아의 카팔루아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 정상에 올라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마쓰야마는 최종 합계 35언더파 257타로 사상 최저 언더파를 기록하며 우승(통산 11승)했다. 카팔루아(미국) ㅣAP 뉴시스


골프 팬이 고대하던 PGA투어 2025시즌이 개막됐다.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카팔루아 골프클럽의 플랜테이션 코스(파73·7596야드)에서 진행된 ‘더 센트리(The Sentry)’가 PGA투어 개막전이었다. 이 대회는 PGA투어가 주최하는 8개의 시그너처 대회 중 하나다. 시그너처 대회는 총상금은 2000만 달러(약 294억원), 우승 상금은 360만 달러(약 53억원)를 놓고 엘리트 선수들만 참여하여 벌이는 대회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35언더파 257타를 기록하여 PGA투어 대회 4라운드 경기 역사상 최저타를 친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에게 돌아갔다. 이전까지의 기록은 2022년 캐머런 스미스(호주)가 기록한 34언더파였다. 우리나라의 임성재 선수는 29언더파로 3위를 차지하여, 136만 달러의 상금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전년도 페덱스컵 랭킹 50위 안에 든 선수와 전년도 PGA투어에서 한 번이라도 우승한 선수만 참여할 수 있어, 총 59명이 참여했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는 부상으로, 현역 선수 중 가장 인기 있는 선수 중 한 명인 로리 매킬로이는 새로 출범하는 스크린 골프 리그인 TGL(Tomorrow Golf League) 준비를 이유로 참가하지 않았다. 국내 골프 팬의 응원을 받고 있는 김주형은 전년도 페덱스컵 랭킹에서 51위에 머물러 이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다.

PGA투어 시그너처 대회는 PGA투어가 LIV 대회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도입했다. LIV는 매 대회 총상금 2500만 달러를 놓고, 54명의 선수가 컷오프 없이 3라운드 경기로 우승자를 가린다. PGA투어는 엘리트 선수들이 LIV로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LIV의 상금과 경기방식을 모방하여 시그너처 대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선수의 이탈을 막는 올바른 방법으로 선택되어야 했던 것은 PGA투어의 레거시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전통적 골프대회는 140명이 넘는 선수가 출전하여 1, 2라운드를 치러 하위 70명을 컷오프시키고, 상위 70명만으로 3, 4라운드를 진행해 우승자를 가린다. 140명 내외의 선수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출전 선수를 정한다. 스폰서가 추천하는 선수, 골프대회가 개최되는 지역을 대표하는 선수, 아마추어에게도 기회를 준다. 많은 선수가 출전하면서 대회는 축제처럼 번잡해진다.

LIV 대회에 가보면, 록 음악 소리로 대회 기간 내내 골프 코스가 떠들썩하지만, 어딘지 모를 공허한 분위기가 대회를 사로잡는다. 많은 상금을 놓고 벌이는 대회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상을 준다. 짧은 대회 역사 속에 참고할 만한 과거 기록이 없고, 트로피에 어느 선수의 이름이 새겨지던지가 의미가 없어 보인다. 누가 우승하는지가 관객에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것은 공허함이다. 공허함은 상상을 초월하는 상금과 대비를 이뤄 관객을 더욱 소외시킨다.

좋은 샷도 훨씬 덜 나온다. 일반 PGA 대회에서 3만회 정도의 골프 스윙이 나온다면, LIV 대회는 고작 1만1000회의 골프 스윙이 나온다. 축구로 따지면 33분짜리 축구 경기인 셈이다. 33분짜리 간이 대회가 축구 역사에서 가장 높은 상금을 놓고 경기를 벌인다면,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PGA투어가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는 것을 누가 말릴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모두가 기다린 투어 개막전을 LIV를 모방한 대회로 장식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PGA투어 커미셔너인 제이 모나한이 만든 메리토크라스(능력주의) 골프의 부정적 단면이다. 그는 골프대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메리토크라시는 골프대회를 골프 팬으로부터 소외시키고 있다.

많은 우리나라 골프 팬은 스코티 셰플러가 없고, 로리 매킬로이가 없으며, 타이거 우즈가 없고, 김주형이 없고, 깜짝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 경기를 손에 땀을 쥐며 봐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한 경기가 PGA투어의 정체성을 보여주어야 하는 개막전 경기로 선택된 이유도 이해하지 못한다.
임성재가 5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카팔루아의 카팔루아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 최종 라운드 9번 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임성재는 마쓰야마 히데키(우승), 콜린 모리카와(2위)에 이어 단독 3위에 올랐다. 카팔루아(미국) ㅣAP 뉴시스

임성재가 5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카팔루아의 카팔루아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 최종 라운드 9번 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임성재는 마쓰야마 히데키(우승), 콜린 모리카와(2위)에 이어 단독 3위에 올랐다. 카팔루아(미국) ㅣAP 뉴시스


이 대회를 살린 것은 마쓰야마 히데키의 35언더파라는 PGA투어 대회 최저타 신기록이었다. 72홀에서 35언더파는 두 홀에 한 번꼴로 버디를 했다는 의미다. 이것이 주목할 만한 기록으로 보이는 이유는 PGA투어가 오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PGA 역사에서 잭 니클라우스도, 타이거 우즈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마쓰야마가 기록적인 행진을 하는 와중에도 독주처럼 보이지 않은 데는 콜린 모리가와(미국)가 32언더파, 임성재가 29언더파로 선전했기 때문이다. 임성재는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각각 62타와 65타를 쳐서 마쓰야마에 뒤지지 않는 기량을 보여주었다. PGA투어 개막전은 공허했지만, 마쓰야마 히데키, 콜린 모리가와와 임성재가 없었다면, 한없이 공허할 뻔했다.

윤영호 골프 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현재 골프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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