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신문선 명지대 교수,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왼쪽부터)의 3파전으로 8일 치러질 예정이던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전격 중지됐다. 서울중압지법은 허 전 감독이 지난달 30일 낸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7일 인용했다. 스포츠동아DB
제55대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선거가 하루 전 전격적으로 중지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법원이 허정무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70)이 낸 ‘KFA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7일 허 전 감독 측에서 KFA를 상대로 제기한 ‘KFA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4연임에 도전하는 정몽규 회장(63)과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67), 허 전 감독의 3파전으로 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회장 선거는 잠정 중단됐다. KFA는 가처분 인용 직후 “선거일이 잠정 연기됐음을 알린다”고 공지했다.
법원은 “선거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됐고, 그로 인해 선거 절차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만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선거인단 다수가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인되지 않는 (추첨) 절차를 통해 구성됐다는 점,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선거운영위원회가 KFA 정관상 선거관리 규정에 부합됐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상태에서) 선거가 시행될 경우, 그 효력(선거 결과)에 대한 후속 분쟁이 촉발할 가능성이 높고 모든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됐다”는 것이 법원의 결정이다.
허 전 감독은 지난달 30일 “회장 선거 진행을 금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또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본안 소송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불투명한 선거운영위원회 구성 ▲일정 및 절차가 제때 공고되지 않은 불공정한 선거 관리 ▲규정(194명)보다 21명 부족한 선거인단 구성 등이 가처분 신청의 이유였다.
특히 허 전 감독은 선거 당일 해외전지훈련 등의 사정으로 선거 참여가 어려운 부재자들을 위한 사전 및 온라인 투표 시행을 요구했으나, KFA 선거운영위원회는 “온라인 투표는 비밀 보장이 어렵고, 국내 타 종목단체 및 국제축구연맹(FIFA) 등 국제기구도 오프라인 투표를 한다”며 거부한 바 있다.
선거 연기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한 각 후보 캠프의 움직임이 부산한 가운데, 이제 축구계의 시선은 KFA 선거운영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무엇보다 3명으로 압축된 후보자를 그대로 두고 법원이 지적한 일부 절차를 수정·보완해 선거일을 다시 잡아 치를지, 후보 등록부터 모든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진행할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다만 후자로 정해진다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 KFA 정관 제4장(임원) 제23조의 2(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에 따르면, 선거일 당일 기준으로 모든 후보는 만 70세 미만이어야 하는데 호적상 생년월일이 1955년 1월 13일인 허 전 감독은 출마가 어려워질 수 있다. 기준 연령을 넘지 않는 1월 12일까지 선거 절차가 진행되는 게 허 전 감독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