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송성문.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송성문에게도 더블 포지션을 주문했다.”
1차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2025시즌 준비에 한창인 키움 히어로즈의 내야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독보적 주전 2루수였던 김혜성(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MLB) 진출로 내야진 구성에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핵심은 송성문의 ‘더블 포지션’이다. 송성문은 2024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0(527타수 179안타), 19홈런, 104타점, 출루율 0.409를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1억3000만 원이었던 연봉도 올해 3억 원(인상률 130.8%)으로 2배 넘게 올랐다. 수비에선 3루수로 773이닝을 소화했고, 2루수(151.2이닝)와 1루수(148이닝)까지 병행했다.
올해도 상황에 따라 2루와 3루를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송성문에게도 기본적으로 더블 포지션을 주문했다. 2루와 3루”라며 “새로운 커리어 하이를 작성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본인도 그 방향성에 공감했다. 캠프 때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멀티 포지션은 송성문이 지닌 또 다른 강점이다. 2024시즌에도 여러 포지션을 소화한 덕분에 자신의 강점인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공격에서 송성문의 팀 내 비중은 절대적이라 그의 포지션에 따라 내야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홍 감독은 “내야수들에게 전체적으로 더블 포지션을 주문한 상태다. 특정 선수가 어떤 자리를 맡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활용폭을 넓히면 그만큼 출전 기회가 늘어나는 구조다.
송성문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기도 하다. 그에게 2025시즌의 의미는 남다르다. 2024시즌의 활약이 단발성이 아님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던 2018시즌 3할 타율(0.313)을 기록한 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타율은 0.247(1488타수 368안타)에 머물렀다. 2022년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13개)을 쳤지만, 2023년에는 5개에 그쳤다. 스스로도 “나는 꾸준한 선수가 아니었다”고 자책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자신감이 커졌다. 지난해 6월 김혜성으로부터 넘겨받은 주장직도 계속 수행한다. 주장을 맡은 뒤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며 선수단을 이끈 터라, 키움으로서도 굳이 리더십에 변화를 줄 이유가 없다. 송성문의 웨이트 트레이닝 루틴에 관심을 드러내며 따르는 후배들도 늘었다. 그 역시 자부심이 있다.
그는 “늘 좋은 모습으로 꾸준한 성적을 거두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철저히 준비해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을 거두면 그때는 조금이나마 인정받는 선수가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올 시즌 더블 포지션을 소화하면서도 변함없는 공격력을 보여준다면, 그의 가치는 한층 더 올라갈 전망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송성문.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