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 유틸리티 플레이어 황재균이 7일 호주 질롱 베이스볼 센터에서 수비 훈련 도중 글러브 2개를 들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2010년대 메이저리그(MLB)에서는 한 선수가 두 포지션 이상을 맡는 게 트렌드였다. 일명 ‘유틸리티 플레이어’는 동향에 그치지 않고 ‘유형’이 됐다. MLB 양대리그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 타자에게 주는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 시상식에서 2022년부터 유틸리티 부문이 추가된 것이 그 증거다. KBO리그에서는 아직 정착하지 않은 유형, 하지만 올해 이 분야에 본격 도전하는 선수가 나타났다. KT 위즈 내야수 황재균(38)이다.
●도전
황재균은 지난달 26일 호주 질롱 스프링캠프로 출발하기 전 1루수 미트 한 개, 내야 글러브는 2·3루수용으로 나눠서 두 개를 챙겼다. 그런데 호주에서 한 개가 더 생겨서 최근 4개가 됐다. 캠프 첫 훈련 당시 엑스트라 워크(extra work)에 나섰다가 외야 훈련을 해서다. 이종범 코치가 이정후(샌프란시시코 자이언츠)가 직전 썼던 글러브를 챙겨 황재균에게 제공했다. 황재균은 “공이 잘 잡히더라(웃음). 코치님께서 타구 판단, 수비 스텝을 지도해 주셨다. 더 많은 포지션 소화는 내게 많은 기회를 뜻하니 훈련에 적극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야는 유사시 투입 개념으로 훈련은 한다. 그러나 황재균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분야는 단연 내야다. 황재균은 2루수, 유격수 자리에 적잖은 훈련 시간을 보낸다. 3루수 수비 이닝만 통산 1860이닝을 기록한 황재균은 센터라인에서 감각을 다시 익히는 게 크게 낯설지는 않다. 프로 입단 초기 유격수를 맡은 경험이 있고, 전문 내야수로서 감각 또한 살아있다. 그는 “서 있는 위치에 따른 시야 변화가 적응하기 만만치 않지만 몸이 옛 감각을 금세 되찾고 있고, 포지션마다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KT 위즈 유틸리티 플레이어 황재균이 7일 호주 질롱 베이스볼 센터에서 내야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황재균은 도전을 위해 자신을 완벽하게 통제했다. 비시즌 기상 시간과 운동, 회복 루틴은 물론, 식사량도 그램 단위까지 철저하게 지켰다. 그는 “6주 만에 13㎏을 감량해 90~92㎏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파워를 생각해 100㎏대 몸으로 야구했지만, 민첩성을 키우려고 몸을 가볍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전 6시 일어나서 7시 커피 한 잔과 물 두 잔을 마시고 사우나에서 반신욕 15분 후 유산소 운동 1시간, 그리고 고기 150g과 채소 110g을 먹는다. 회복을 위해 낮잠을 자고, 오후 4시 다시 유산소 운동 1시간, 코어 운동 30분 후 다시 같은 식단을 먹고 10시에 잠든다. 이 생활을 매일 반복했다”고 밝혔다.
황재균이 독하게 마음먹는 이유는 뚜렷하다. 그는 “(허)경민이가 이적하고 나서 내 입지가 모호해지지 않았는가. 지난해 내가 못했다.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웠지만, 빠르게 인정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고 했다. 이어 “몇 년 후 나 역시 은퇴를 하게 되는데, 못하는 상황에서 은퇴하기 싫었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다시 성적을 올리기 위해 독하게 몸을 만들었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질롱(호주)|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