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를 대표하는 제구력의 KT 고영표(왼쪽)와 통산 출루율 1위의 LG 홍창기가 스트라이크존의 변화에도 발빠르고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BO리그를 대표하는 제구력의 KT 고영표(왼쪽)와 통산 출루율 1위의 LG 홍창기가 스트라이크존의 변화에도 발빠르고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자동투구판정 시스템(ABS)의 스트라이크존이 0.6% 포인트 낮아졌다. 신장이 180㎝인 타자에게는 존이 약 1㎝ 낮아지는 셈이다. 이에 존을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타자는 물론, 낮은 코스에 특화된 폼과 구종을 지닌 투수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가장 이목을 끄는 타자는 단연 KBO 통산 출루율 1위(0.430)의 LG 트윈스 홍창기(32)다. 홍창기는 ABS가 처음 도입된 지난해에도 리그 출루율 1위(0.447)를 차지했다. 신장 189㎝에 달하는 그에게는 ‘키가 큰 타자에겐 존이 더 커져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도 무의미했다. 그는 “새로운 존에 적응하고, 나만의 존을 정립하기까지 선수마다 차이가 있을 테지만, 이번에도 큰 문제없이 해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다짐했다.

홍창기는 달라진 존에도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9일 시범경기 수원 KT 위즈전에서도 2타수 2안타 1볼넷으로 활약하며 남다른 적응력을 보였다. 존의 경계를 파고든 낮은 코스의 공을 침착히 골라낸 데다 높은 코스의 까다로운 공을 안타로 연결한 장면도 돋보였다. 그는 “올해도 하단 공략이 관건일 것”이라며 “(지난해) 높은 코스보다 낮은 코스의 공에 대처하는 게 수월했다. 높은 코스의 공이 스트라이크가 됐을 때 타격이 더 컸다. 적응의 측면에선 존이 낮아진 게 오히려 괜찮을 수 있다”고 말했다.

투수 중에선 출중한 제구력의 KT 고영표가 주목받는다. 고영표는 2023년 리그에서 가장 낮은 볼넷 비율(2.7%)을 기록하며 제구력을 뽐낸 바 있다. 지난해에는 불의의 부상으로 좋은 흐름을 잇지 못했을 뿐이다. 존의 형태를 파악하는 능력은 최정상급이었다. 실제로 존 안에 투구한 비율도 47.6%로 높았다. 그는 “올해도 어려움 없이 적응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다른 분석력도 한몫한다. 고영표는 “아래로 떨어지는 구종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첫 등판에선 낮은 코스의 체인지업을 던지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투수들이 던지는 모습도 지켜보고 있는데, (좌·우타자에 따라) 투구판을 밟은 위치도 영향을 미치겠더라. 기본적으론 위에서 아래로 던지는 오버핸드 유형에게 유리한 점이 있겠지만, 나도 존을 잘 공략해보겠다”고 전했다.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