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이병헌.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두산 베어스가 2024시즌 선발투수들의 줄부상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불펜의 힘이었다. 총 7명이 50경기 이상 등판했고, 4명이 두 자릿수 홀드를 작성했다. 불펜 평균자책점(ERA·4.54) 1위였다. 김택연이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옮긴 뒤부터는 위력이 한층 배가됐다.
그러나 2025시즌 첫 3경기에서 두산의 불펜 ERA는 8.00(8위)으로 좋지 않았다. 3패 중 2패가 구원패였다. 선발투수 콜 어빈(5이닝 4실점)~잭 로그(6이닝 4실점)~최원준(4이닝 3실점)이 압도적 투구를 하지 못한 영향도 있지만, 불펜이 지난해와 같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2024시즌 팀 내 최다 등판 1, 2위를 마크한 투수들이 모두 엔트리에서 빠진 게 결정적이다. 팀은 물론 리그 전체로도 최다인 77경기에 등판했던 이병헌은 장염, 65경기에 나섰던 홍건희는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병헌은 22, 23일 인천 SSG 랜더스와 개막 2연전에 모두 등판해 무실점 투구를 펼쳤고, 홍건희도 2차례 시범경기 등판에서 무실점을 기록했기에 더 아쉽다.
게다가 지난해 55경기에 등판해 15홀드를 챙긴 최지강도 4월에나 복귀가 가능한 형편이다. 지난해 53경기에 나섰던 김강률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LG 트윈스로 이적한 것까지 고려하면, 두산 불펜의 약점은 더욱 부각된다.
지난 시즌 50경기 이상 등판했던 투수 중에선 김택연(60경기), 이영하(59경기), 박치국(52경기)만 엔트리에 남아있다. 김택연은 첫 3경기에서 세이브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아 한 차례도 등판하지 못했다. 이영하는 개막전이었던 22일 인천 SSG전 8회말 역전 홈런을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박치국은 22일 SSG전에선 1.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으나, 이튿날은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2안타 1실점에 그쳤다.
선발진이 탄탄하면 불펜의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15승을 거두며 다승왕에 오른 토종 에이스 곽빈이 내복사근 손상으로 이탈해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원투펀치 어빈~로그를 잇달아 내세운 개막 2연전을 모두 내준 탓에 타격이 컸다.
현재로선 컨디션이 가장 좋은 불펜투수를 전면에 배치하는 게 최선이다. 25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2이닝을 2안타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박신지, 평균 구속 147.5㎞의 빠른 공을 앞세워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김정우의 활약이 위안거리다. 기존 자원이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두산 불펜이다.

홍건희.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