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신지애가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두산건설 본사에서 양 쪽 손가락을 펼쳐 두산건설 We’ve의 ‘W’를 표현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건설
3월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토너먼트에서 공동 2위에 올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통산 상금 1위 영예를 안았다. 5월 메이저대회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선 프로 통산 67승(아마추어 1승 포함)을 달성했고, 11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공동주최로 열린 토토재팬 클래식에선 공동 6위를 차지했다.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리코컵에선 우승 경쟁을 펼친 끝에 공동 3위로 마무리했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등 짬날때마다 다른 투어 대회에 출전하면서도 올해 JLPGA 투어 22개 대회에서 18번 본선에 진출했고 그 중 톱10은 10번이나 됐다. 시즌 상금 순위는 9위.
누가 보더라도 준수한 성적이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한 해를 돌아보자는 말에 “되게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라가는 궤도에서 마무리해서 그런지 주변에선 잘 했다고 해 주시는데, 내가 봤을 때는 ‘뭘 잘 했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자기 자신에게 누구보다 엄격한 그다운 답변이었다.
1988년생으로 며칠 뒤면 서른여덟이 된다. “내일 모레면 마흔”이라는 스스로 표현처럼 적지 않은 나이. 현역 또래들을 찾기 힘들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전설’,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신지애를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두산건설 본사에서 만났다.
●조급했다, 그래도 이것도 경험이다
“전지훈련 때부터 5월 살롱파스컵에 모든 초점을 맞춰 준비했고, 우승이란 결과를 얻었다. 근데 그 다음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야한다는 점에서 조급했고, 진중하지 못했다.”
한동안 답답한 경기력으로 막막했다고 돌아본 그는 “내년에도 살롱파스컵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제 그 이후에 대한 대비까지도 생각을 하게 된다”며 올해의 아쉬움이 자신에게 또 다른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모든 경험이 나에게는 데이터로 남는다. 데이터가 쌓이면, 겁을 먹지 않게 된다”고 했다.
투어 챔피언십 리코컵에서 우승했다면 그는 JLPGA 투어 통산 30승으로 역대 7번째이자 한국인 최초로 JLPGA 투어 영구 시드권 획득이라는 또 다른 값진 열매를 딸 수 있었다. 단호하게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고 밝힌 그는 “30승을 해야겠다고 해서 여기까지 온 것도 아니고, 눈앞에 있는 1승을 목표로 하다 29승이 쌓인 것”이라며 “내 커리어에 대한 숫자 하나만 바뀔 뿐, 나는 크게 바뀔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통산 67승, 그 첫 우승의 기억
JLPGA 입회 전 2승을 포함해 일본 31승,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1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1승,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LET) 6승, 호주투어 5승, 지금은 없어진 레이디스 아시안투어 1승 등을 기록한 신지애는 공동 주관 대회 등을 제외하면 개인 통산 승수가 67승(아마추어 1승 포함)에 이른다.
67승의 역사 중 ‘가장 큰 의미’로 남아있는 것은 아무래도 첫 우승이다. 함평골프고 3학년 시절이던 2005년 9월, SK엔크린 인비테이셔널 여자골프대회에서였다. “너무 떨려서 잠도 못 자고, 아침에 밥도 못 먹고 나갔다. 마지막 17, 18번 홀을 걸을 때는 페어웨이에서 헛구역질을 할 정도로 긴장했었다”고 돌아봤다. 중학교 시절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었고, 두 동생들도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졌던 그는 “가족사가 있다 보니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이 된 대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운이 좋았다? 운을 좋게 만들었다!
신지애는 여자 골프에서 무수히 많은 기록을 세웠다. KLPGA 투어 통산 최다승(20승·구옥희와 공동 1위, 아마추어 1승 제외), 단일 시즌 최다승(2007년 9승)을 기록했고 한국 선수 최초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미국프로골프(LPGA) 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JLPGA 통산 상금 1위도 그의 몫이다.
2006년 프로가 된 뒤 벌써 20년째. 한결같이 정상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필드에 설 때 언제나 ‘전쟁터에 나간다’는 마음으로 임하는 그는 “골프를 하면서 한 번도 편하게 친 적이 없다.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겠다는 욕심도 강하고,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만 바라니까 그만큼 더 노력하게 된다”고 했다. “우승해서 프로가 됐고, 일본과 미국에 갈 때도 초청이나 참가할 수 있는 대회에서 우승을 해 진출했다”며 “운이 좋았다. 하지만 운을 좋게 만든 것도 내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내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힘줘 말했다.

올해 두산건설과 서브 후원 계약을 맺은 신지애는 11년 만에 국내 기업 로고를 가슴에 달고 필드를 누볐다. 사진제공 | KLPGA
2009년부터 해외 투어에서 뛰면서 벌써 17년째 이어지고 있는 타국 생활. 이제 익숙해져 큰 어려움은 없지만 하나 아쉬운 건 아름다운 우리말 구사 능력이 점점 떨어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난 순수 토종인데, 외국어를 주로 쓰다보니 내 한국말 표현력도 딱 그 수준에 맞춰 단순해지더라. 한국 사람으로서 조금 더 내가 더 아름다운 표현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두산건설과 계약을 해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일본 투어 생활이 길어지면서 스리본드, 다이헤이요 등 일본 브랜드의 후원을 받고 있는 그는 올해 초 두산건설과 서브 스폰서로 인연을 맺었고, 상의에 한글로 적힌 두산건설 로고를 달고 필드를 누볐다. “일본 투어를 주로 뛰다보니 일본 소속사에서는 조금 더 멋들어지게 영어로 적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나는 한글로 적힌 두산건설 로고가 되게 좋았다”며 “두산건설이란 네 글자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어 굉장히 따뜻했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 기업의 후원을 받은 것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두산건설은 주로 국내 기반 사업을 하고 있지만 신지애가 한국 골프에서 갖는 상징적 의미 등을 고려해 2년 후원 계약을 맺었다.
●은퇴? 아직 내 머릿속에 없다
골프 선수로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짧다는 것은 알고 있다. “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한 그는 “근데 나이가 들어가니 자는 시간이 점점 더 중요하게 생각되고, 늘어나게 된다”고 웃으면서도 “아직까지 은퇴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뭔가 상상을 하고 계획을 세울 때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은퇴한 친구들을 봐도 아직까지 은퇴한 내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여전히 내가 현역 선수로서 더 해야 할 몫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신지애가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두산건설 본사에서 양 쪽 손가락을 펼쳐 두산건설 We’ve의 ‘W’를 표현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건설
은퇴는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점점 더 줄어가는 또래들을 보면 힘이 빠지기도 한다. 동년배가 준다는 건 함께 ‘으쌰으쌰’ 할 수 있고, 같은 선배로서 공감할 수 있는 상대가 줄어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고마운 존재가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동갑내기 ‘절친’ 이일희다.
2013년 5월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 LPGA 투어 첫 우승을 신고한 뒤 트로피를 추가하지 못하던 이일희는 올 6월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부상과 부진이 겹쳐 2018년부터 시드 없이 대회 힘겹게 현역 꿈을 이어온 또 다른 감동 스토리의 주인공 이일희는 12년 만의 우승이 아쉽게 무산된 뒤에도 연신 웃음을 지으며 “모든 사람이 골프를 즐겼으면 좋겠다. 친구인 (신)지애가 ‘넌 내게 영감을 줬어’라고 하더라”는 뒷얘기를 털어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지애는 “내년엔 일본 투어에 전념하되, 일본 여름이 너무 더우니까 그 시기에 유럽대회에만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일희가 잘 한 덕분에(이일희는 올 시즌 활약으로 내년 시즌 출전 대회수가 많이 늘어난다) 미국 대회에도 오라고 해서 고민하고 있다”며 웃었다. 내년 목표를 묻자 “매년 새해 목표는 똑같다. 으쌰으쌰 하면서 힘 내고, 더 골프에 미치는 것이다. 조금씩 더 골프에 미쳐가고 있으니, 내년엔 더 미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전한 묵직한 한마디
그는 “좋은 얘기는 어디서든 많이 들을테니, 난 후배들에게 쓴 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해외 투어에 도전해보지도 않고 힘들다고 지레 겁을 먹는 후배들에게는 “해 봤어?”라고 되레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후배들이 ‘신지애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내 많은 기록도 언젠가 후배들에 의해 새롭게 쓰여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곁들인 한마디에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프로 선수라면 비록 나이가 어려도 프로답게 행동해야 한다. 실력뿐만 아니라 말투, 행동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도 그런 선수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팬 분들도 선수들이 비록 어리다고 하더라도 프로 선수로 존중해주셨으면 좋겠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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