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가을체험]공짜표없는프로야구장PS만원관중동원의힘!

입력 2009-09-29 21: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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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절친한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두산의 2009 프로야구 준 플레이오프 입장권을 구해줄 수 있느냐는 소위 ‘민원’ 전화였죠. 친구가 ‘스포츠 기자’이기 때문에 일반 팬들보다 쉽게 공짜 티켓을 구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는데 미안하게도 전 그렇게 할 수 없었어요.

아니, 보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죠.

뭐,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프로야구에는 ‘공짜 표’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답니다. 1982년 리그 출범 때부터 내려온 ‘아름다운(?) 전통이죠. 처음부터 돈을 받으면 팬들이 발길을 끊을 것이란 일부 야구인들의 우려도 있었다는데,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정말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죠.

‘수익창출’이란 당연한 목표를 이뤘을 뿐 아니라 그라운드를 직접 뛰는 선수들에게도 ‘프로’란 자긍심을 일깨워줬기 때문이죠.

‘프로 스포츠=돈’이란 등식은 독자 분들도 아시죠? 이는 기자들도 같은 입장입니다. 취재용 AD카드를 패용하면 홀로 경기장 입장은 가능해도 가족과 친지, 지인들을 위한 티켓은 저희들이 직접 구입한답니다.

우선권이란 절대 있을 수 없어요. 팬들과 같은 상황, 위치에서 동등하게 야구를 관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뿐이죠.

도움을 줄 수 없어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 친구로부터 경기 당일 오후 3시 오픈된 현장 판매분을 구입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나중에 들었는데 불과 50여 분 만에 현장 판매분 3000장이 동 났다고 하네요.

입장 수입으로 4억9320만원이 집계됐다는데 작년 이맘 때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롯데의 준 플레이오프 1차전 때가 4억496만원이었으니 작년 대비 입장 수익만 벌써 9000만원 가까이 늘어난 거죠.

같은 시선에서 최근 국내 축구계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공짜표 없애기’ 프로젝트가 더욱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기업인 출신 정몽준 회장이 떠나고 경기인 출신 조중연 회장이 대한축구협회 수장에 오르면서 ‘축구 마케팅’을 통한 자생력 키우기란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그간 협회는 ‘텅 빈 스탠드’를 막기 위해 공짜 표를 남발해 왔는데 이젠 180도 상황이 바뀌었어요. 축구를 보려면 정당한 댓가를 지불해야죠.

요즘 대표팀 A매치 경기장에 빈 좌석이 많다고 걱정하는 시선이 있는데 어차피 한 번은 거쳐야 할 ‘성장통’으로 생각하시면 될 듯하네요. 그래도 이젠 ‘공짜 표’ 민원이 줄었고, 초청장 남발도 없어졌다니 다행이죠.

물론, K리그도 그렇습니다. 대부분 팀들은 ‘축구=공짜’란 인식을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요. 이는 축구 팬들도 마찬가지고요.

A구단 서포터스 B 씨가 한 말이 뇌리를 스칩니다. “혜택을 바라기 보다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부터 만들자!”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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