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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ML)의 2020시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고집으로 인해 좌초 위기에 처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17일(한국시간) “여러 에이전트에 따르면 최소 8명의 구단주가 시즌 개막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포츠넷뉴욕 역시 같은 날 “적어도 6명의 구단주가 2020시즌을 취소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6개 구단 이상이 개막을 원치 않는 상황이다.
돈 때문이다. ML 사무국과 구단, 그리고 선수노조는 연봉삭감안을 두고 3개월 가까이 지루한 줄다리기를 거듭해왔다. 3월 스프링캠프 도중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뿔뿔이 흩어진 뒤 노사는 경기수 비례 연봉삭감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무관중 경기 진행이 불가피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입장수입을 벌 수 없는 구단들과 사무국은 추가삭감을 요구했고, 선수노조는 이에 격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공식적으로 협상 중단을 선언했고,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직권으로 강제 개막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사무국 수장의 직권도 발휘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단주 총회에서 75%의 지지를 얻으면 커미셔너 직권으로 개막을 강행할 수 있다. 23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알려진 대로면 이를 장담할 수 없다.
개막을 반대하는 구단도 나름의 근거는 있다. 한 푼의 입장수입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에서 경기 운영비를 들이는 자체가 낭비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돈 때문에 시즌 자체가 무산된다면 가뜩이나 떨어져나가는 팬들의 시선을 다시 돌리기 힘들 수밖에 없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비롯한 여러 야구인들이 노사 모두 팬을 위해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온 이유다. 다만 현재로선 이 또한 공염불에 그칠 우려가 높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