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커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32년 만에 팀을 월드 챔피언으로 이끈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28일(한국시간)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 월드시리즈(WS·7전4승제) 6차전을 3-1로 잡아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을 확정한 뒤 ‘에이스’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클레이튼 커쇼(32)의 이번 시리즈 활약을 치켜세우며 “커쇼 같은 선수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 나는 그로 인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커쇼는 영원히 챔피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저스의 ‘영원한 에이스’ 커쇼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올해 처음 WS 우승반지를 획득했다. 2008년 데뷔했으니, 실로 13년만이다.
WS 우승반지를 빼놓고는 모든 것을 이뤘던 커쇼다. 8차례 내셔널리그(NL) 올스타, 3차례 사이영상(2011·2013·2014년), 1차례 NL 최우수선수(MVP·2014년)까지 차지하며 빅리그 투수들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투수로 꼽혔다. 그러나 그에게는 항상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바로 우승을 하지 못한 ‘비운의 에이스’라는 표현이었다.
커쇼는 다저스에서 10년 넘게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지만, WS 우승은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WS 무대에 올랐으나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가을만 되면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기에 이 같은 불명예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커쇼는 2019년 포스트시즌(PS) 2경기에 출전해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ERA) 7.11을 기록했다. 2018년에도 6경기에서 2승3패, ERA 4.20을 찍었다. 특히 2018년 WS 2경기에선 2패, ERA 7.36이라는 최악의 성적표까지 받았다.
어느덧 30대로 들어선 커쇼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는 올해 가을야구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그 같은 분투는 값진 성과로 이어졌다. 올해 WS 2경기에 선발등판해 2승, ERA 2.31을 기록하며 에이스다운 역할을 확실히 해냈다. 올해 PS 전체 성적은 5경기에서 4승1패, ERA 2.93이다.
WS 우승까지 거머쥠에 따라 이제 그의 커리어는 완벽해졌다. 사이영상, MVP, 팀 우승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진 게 없다. 커쇼는 6차전을 마친 뒤 후련하다는 듯 우승 소감을 밝혔다.
“우리는 WS에서 우승했다. 나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올해 우승했다는 것 외에 무엇이 더 중요하겠는가.”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