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준의스포츠에세이]돈을물쓰듯…러축구르네상스

입력 2008-06-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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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 프로축구 리그가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더욱이 제니트의 김동진이 소속팀의 UEFA컵 우승에 일조를 하고, 사마라의 오범석이 올시즌 풀타임 출전을 하면서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러시아 리그는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 특히,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려 한국팬들에게 더욱 익숙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시베리아 이미지’의 러시아 축구는 늘 춥고 어두운 선입견이 드리워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확실히 그 속에 눈을 넣어보면 명과 암이 뚜렷한 것이 현실이다. 우선 가장 놀라운 부분은 러시아 리그의 투자다. 사마라에서 4년째 뛰고 있는 한 남아공 선수는 “러시아는 비상식적으로 돈을 많이 준다”며 자신이 잉글랜드 행을 거부한 이유를 밝혔다. 구단 예산 만을 놓고봐도 잘 알 수 있다. 제니트나 CSKA모스크바 같은 구단의 연간 예산은 1000억원에 육박한다. 사마라 같은 중소구단도 500억원을 훌쩍 넘긴다. 땅덩어리가 넓은 만큼 원정 경기 때 전세기로 이동하는 것이 다반사이고, 전용 제트기를 가진 구단도 있다. 가장 투자를 많이 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외국인 선수. 현재 러시아 리그는 게임당 7명의 외국인 선수가 출전할 수 있다. 보유는 무제한이다. 이 때문에 CSKA의 경우 브라질 선수들을 늘 8명 이상 끼고 산다. 최근 원자재값 상승에 따라 가스와 원유로 지갑이 두둑해진 러시아 리그의 자신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세계 어느 리그와 견주어도 ‘돈질’에서는 최고인 셈이다. 세계 최고의 석유재벌 중 하나인 아브라모비치의 행보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첼시 구단주인 그는 CSKA의 구단주인 동시에 사마라 클럽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한 천문학적인 연봉으로 히딩크를 러시아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했고, 더불어 전용 제트기를 지원해 주는 등 광적인 투자 마인드를 노정했다. 이처럼 러시아 축구는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되기 위해 최근 5년간 최고의 투자와 최고의 인재 스카우트를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결실이 이번 UEFA컵 우승으로 나타났으며 구소련 시절 이후 새로운 르네상스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전용준 -FS코퍼레이션 이사. 기자에서 비즈니스맨으로 항로를 바꾼 뒤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지만, 글쓰기의 즐거움만은 결코 놓칠 수 없는 나만의 욕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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