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배구대표팀 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그는 “시즌이 한 창 벌어지고 있는 12월, 1월이라면 체력훈련을 위한 준비기간도 필요 없다. 우리 팀의 손발을 맞춰보는 시간만 있으면 된다. 2주면 충분하다. 차출 기간이 너무 길면 선수들의 컨디션에도 좋지 않다”고 했다.
김호철 감독은 대표팀 2원화 구상도 털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V리그가 끝난 뒤 각 팀의 젊은 선수와 대학생 등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4~5월에 대표팀을 구성할 생각이다. 이들과 함께 국제대회에 출전해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게 만들 생각이다. 8월에 벌어지는 대륙간 올림픽예선에는 각 팀의 주전들이 출전한다. 훈련기간까지 포함하면 7~8월 소집이다. 이후 선수들을 다시 소속팀으로 보내 시즌준비를 하도록 한 뒤 가장 중요한 내년 1월 아시아대륙 최종예선 때 최정예 선수를 구성하겠다는 생각이다. 김호철 감독은 “프로팀의 사정도 감안해 협조하겠다. 대신 프로팀도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런 상호배려 정신은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 실무진의 생각과도 다르지 않다. KOVO의 관계자는 “최근 대한배구협회 실무자와 대표팀 차출을 놓고 서로 욕심을 부리면 팬들에게 나쁜 이미지만 심어준다는데 공감했다. 가능한 양보해가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27일로 예정된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의 일정조정 회의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배구협회의 조용구 사무차장과 성기학 국제부장, 배구연맹의 김장희 사무 2차장과 이영호 제도개선팀장 등 실무자들이 먼저 의견을 주고받은 뒤 최고책임자들이 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물론 KOVO는 각 구단의 의견을 먼저 물어봐야 하는 절차도 거쳐야 한다.
V리그가 한창인 12월부터 1월 사이에 각 팀의 주전선수가 오래 팀을 비우기 때문에 두 단체의 양보와 배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몇몇 구단은 아예 리그중단을 생각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중계방송사와의 일정조정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약속대로 꾸준히 경기가 진행되는 리그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명분이 팀들의 이해관계보다 앞선다.
대표선수 차출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대표팀 감독의 생각이다.
남자대표팀은 김호철 감독의 전향적인 생각 덕분에 문제가 없을 듯하다. 남은 것은 여자대표팀이다. 아직 한국배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선수들도 잘 모르는 라바리니 감독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28일 그가 방한하면 가장 먼저 확인해봐야 할 것이 대표팀 구상과 관련한 계획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