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펠리페. 사진제공|우리카드 배구단
V리그가 외국인선수를 데려오면서 외화유출을 막을 수는 없지만 몰라서 혹은 서두르다 낭비되는 돈도 많다. 이적을 위해서는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부터 돈이 들어간다. 선수를 영입하려면 먼저 원 소속구단과 협상을 벌여서 이적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 때 원 소속구단에 이적료를 준다. 선수와 구단이 사전에 정해 놓은 금액(BuyOut)이 없다면 통상적으로 그 선수의 연봉이 이적료다. 그러나 원하는 구단이 다급한 상황이거나 경쟁이 붙으면 선수를 가진 쪽은 배짱을 부린다.
우리카드는 펠리페를 데려오면서 중동의 구단과 이런 실랑이를 벌였다. 그쪽 구단이 ITC 발급을 거부했다. 우리카드는 추석연휴 전에 펠리페를 가족까지 모두 서울로 데려왔지만 입국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협상을 계속했다. 4만 달러의 바이아웃 금액이 있었지만 그쪽은 10만 달러를 요구했다.
이것은 약과다. 몇 년 전 현대캐피탈은 아르헨티나 구단의 선수를 영입하려고 했다. 계약서에 바이아웃 금액이 정해져 그 돈만 주면 끝나는 일이었지만 그 구단의 회장이 잠적해버렸다. 돈 받기를 거부한 것이다. 계약을 하려고 아르헨티나까지 날아갔던 현대캐피탈은 결국 그 선수를 데려오지 못했다.
● 모르면 봉이 되는 정글 같은 국제배구시장
원 소속구단과의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ITC 발급을 위해서는 국제배구연맹(FIVB)의 승인이 필요하다. 온라인으로 선수이적을 허락해주는 단순한 일이지만 비용으로 2000스위스프랑(약 240만 원)을 받아간다.
돈을 요구하는 곳은 또 있다. 각국의 배구협회다. 외국인선수가 소속된 배구협회에서도 ITC 발급을 해줘야 한다. 이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FIVB는 그나마 공정가격이라도 있지만 배구협회는 부르는 게 값이다.
지난해 브라질 배구협회는 펠리페 이적 때 4000만 원을 요구했다. 모든 선수연봉의 10%가 그쪽의 공정가다. 유럽연합(EU)국가는 국가대표의 경우 연봉의 10%, 나머지 선수는 협회의 형편에따라 정한다. 브람이 속한 벨기에는 300만 원, 알렉스가 속한 포르투갈 배구협회는 1500만 원을 받아갔다. 미국도 대표선수는 연봉의 10%, 그 밖의 선수는 60만 원을 지불하면 된다. 유럽이나 미국과는 달리 중남미 배구협회는 복마전이다. 회장의 개인 계좌로 보내줘야 이적이 허용되는 곳도 있다. 이렇게 와서 우승을 안겨준 선수도 있다.
우리도 김연경과 김사니 SBS 해설위원이 해외리그에서 활동할 때 이런 과정을 거쳤다. 해외진출 선수가 워낙 적다 보니 우리가 준 돈과 받은 액수와의 차이가 크다. 한마디로 우리 배구시장은 무역의 불균형이 일어나는 곳이다.
이처럼 모르면 봉이 되는 국제배구시장에서 V리그가 외국인선수와 해외의 몇몇 에이전트들에게 계속 물주 노릇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고민은 필요하다.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주고 팀 간의 전력균형을 맞춰 보겠다는 순수한 뜻을 위해 투자하는 돈의 규모가 적정한 것인지, 한국배구의 발전을 위해 보다 나은 대안은 없는지 이제라도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야 할 때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