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이 털어놓은 영업비밀

입력 2019-11-07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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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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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화제의 팀은 GS칼텍스다.

도장깨기를 하며 1라운드 전승을 했다. 10년 만이다. 게다가 모두 승점3의 완승이다. 지난시즌 멤버구성에서 신장 206cm의 외국인선수 러츠와 베테랑 미들블로커 한수지를 보강하고 클러치공격수였던 라커룸 리더 표승주를 FA선수로 빼앗긴 것이 전력변화의 전부지만 지난 시즌과는 전혀 다른 팀이 됐다.

● GS칼텍스는 어떻게 상대를 모두 이겼나

현재 여자배구대표팀의 주력선수들이 GS칼텍스와의 맞대결에서 모두 평균성적 이하를 기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10월22일 첫 경기상대였던 흥국생명 이재영은 14득점, 26.67%의 공격성공률에 그쳤다. 프로데뷔 시즌을 빼고 이처럼 좋지 못했던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고전했다. 리시브 효율도 20%에 머무를 정도로 GS칼텍스의 강서브공략은 통했다.

10월27일 도로공사 원정 때는 팀 공격득점 58-49, 블로킹 12-6, 서브 3-2 등 모든 부분에서 GS칼텍스가 앞섰다. 그나마 박정아는 17득점 34%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 체면치례를 했다.

10월30일에는 IBK기업은행 김희진이 희생양이 됐다. 팀 공격득점 47-29로 엄청난 격차를 보인 가운데 3득점 16.16%의 공격성공률에 그쳤다. 공격효율은 -5.56%를 기록했다. 8개를 성공시킨 GS칼텍스의 서브에이스도 좋았지만 날카로운 서브에 세터 이나연은 계속 뛰어다녀야 했다. 공이 제대로 배달되지 않자 김희진도 덩달아 고생했다. 제대로 공격을 해보지도 못했다.

11월2일 KGC인삼공사를 세트스코어 3-1로 이길 때도 팀 공격득점 63-58, 블로킹 10-7, 서브 6-6으로 GS칼텍스가 앞섰다. 인삼공사는 러츠와 맞상대해도 높이부담이 없는 디우프가 있기에 그나마 팽팽했다. 인삼공사는 이미 순천 KOVO컵 준결승전에서 풀세트 혈투 끝에 이겨본 자신감도 있었다.

가장 관심이 큰 경기는 6일 현대건설전이었다. 이전 4경기와 다른 것은 현재 V리그에서 가장 패스의 속도가 빠르고 힘 있는 세터 이다영이 러츠의 발을 무력화시킬 방법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또 한국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미들블로커 양효진이 러츠를 상대할 경우의 결과도 궁금했다.

하지만 블로킹 11-4, 서브 14-8로 일방적인 결과가 나왔다. 현대건설은 다른 팀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팀 공격득점에서 46-45로 앞섰지만 리시브 효율이 16.48%로 떨어지는 바람에 장점인 토털배구를 하지 못했다. 효과적으로 들어오는 GS칼텍스의 서브에 버티지 못하면서 이다영도 장점을 못 살렸다. 양효진은 4세트 러츠와의 맞대결 로테이션마저 바뀌고 말았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 스포츠동아DB

GS칼텍스 차상현 감독. 스포츠동아DB


● 차상현 감독이 털어놓은 영업비밀

GS칼텍스 선수들은 1라운드를 마친 6일 밤 외박을 얻어 가평 숙소를 떠났다. 다음 경기까지 일주일 이상 여유가 있어 차상현 감독은 2일간 휴가를 줬다. 큰 선물에 선수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7일 오전 차상현 감독과 전화연락이 됐다. 1라운드 성공의 비밀을 물었다. 그는 “언젠가는 우리도 꺾인다. 방심하면 안 된다. 상대팀들도 우리를 공략할 방법을 찾아서 다음 라운드를 대비할 것”이라면서도 영업비밀의 일부를 털어놓았다.

- 1라운드 전승을 축하한다. 이렇게 팀이 달라진 이유가 궁금하다.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 기특하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블로킹의 높이다. 지난시즌에도 우리 팀의 서브는 강했다. 서브로 흔들고 블로킹으로 마크하는 전술이었는데 높이가 낮다보니 효과가 떨어졌다. 올해는 러츠와 한수지가 있어서 잘 통한다. 두 선수의 개인능력도 있다보니 상대팀에서 피해간다. 그 효과를 많이 봤다.”


- 블로킹 높이가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공격높이는 세터가 연결하는 공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블로킹은 선수들이 자신의 타이밍에 맞춰 점프하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는다. 블로킹은 기본 높이와 손 모양에 변함이 없어서 꾸준하다. 양효진 선수가 오랫동안 한국배구 최고의 미들블로커로 있는 이유다. 그래서 당분간은 우리도 통할 것으로 본다. 물론 상대도 이 것을 깨기 위한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 블로킹도 그렇지만 서브가 엄청나다. 지난시즌과는 또 다르다.

“환경의 덕분이다. 지난 시즌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선수들이 잘 먹고, 잘 자고, 불편 없이 훈련하도록 주위에서 도와준 덕분이다. 남들이 청소하고 빨래할 때 비 주전들도 원하면 언제든지 훈련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되자 선수들이 개인훈련을 더 한다. 코트를 2개 사용할 수 있고 야간훈련을 위해 코치도 한 명 더 뽑았다. 선수들이 블로킹, 서브 등 따로 원하는 훈련이 가능한 환경이 되다보니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 시즌 전 연습경기 때 다양한 로테이션을 써가며 최적의 조합을 찾던데.

“우리 선수와 매치업 했을 때 어떤 효과가 나는지, 상대 세터가 특정 상황에서 어떤 공을 올리는지 등을 알아보고 싶었다. 상대의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내려고 했다. 6일 현대건설 경기 때는 고예림의 리시브를 공략한 것이 성공했다.”


- 팀 공격득점이 상대를 압도하는데

“블로킹 안정감이 있다보니 우리 삼각편대가 편하게 공격을 한다. 요즘 우리 선수들은 4~5점 뒤진 것을 우습게 안다. 지고 있어도 쉽게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듯하다. 기죽기 않고 최대한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완전히 닥치고 공격이다.”

- 지금 기세라면 걱정이 없겠는데.

“아니다. 언젠가는 꺾인다. 방심하면 안 된다. 상대도 우리의 약점을 찾아내서 공격할 것이다. 배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우리도 베스트멤버 가운데 언제 누가 흔들릴지 모른다.”

- 그렇다면 다음 라운드 과제는 무엇인가.

“리시브 효율과 정확성을 더 높여야 한다. 어제 경기에서도 몇 개 더 정확하게 올려줄 수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하여튼 지금 우리 선수들이 신나게 배구해서 좋다. 코트에서는 경기를 즐기고, 열심히 훈련을 마친 뒤에는 감독과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는 모습에 만족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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