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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 재임기간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국전력에서 가장 배구를 잘 아는 사람이었던 그는 단장 마지막 임기였던 2020~2021시즌을 앞두고 2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자유계약(FA)선수 영입전쟁에 뛰어들어 박철우와 이시몬을 데려오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장병철 감독의 구상이 현실화되도록 경영진을 잘 설득했고, 박철우와 협상 때는 과감한 베팅으로 깔끔하게 계약을 마무리했다. 그 덕분에 제천·KOVO컵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에 들어서서도 또 한 번의 결단을 내렸다. 개막 이후 7연패의 수렁에 빠지자 2차례의 용감한 트레이드로 팀의 체질을 확 바꿨다. 한국최고의 센터 신영석과 세터 황동일 김광국을 영입한 덕분에 한국전력은 봄 배구의 희망을 품게 됐다. 기존의 탄탄한 멤버에 군에서 제대하는 서재덕이 가세하면 한국전력의 미래는 더 밝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팀의 미래를 상징하는 젊은 유망주를 내주는 출혈은 있었지만 연패를 거듭하며 패배에 익숙해지는 것보다 승리를 하면서 리빌딩을 추진하는 게 좋다는 공 단장의 혜안과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과감성이 없었더라면 쉽게 추진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떠나는 그에게 가장 위안이 되는 것은 새 훈련장이다. 다른 구단에도 자랑할 만한 좋은 훈련시설에서 후배들이 마음 편하게 운동하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꿈은 곧 현실이 된다. 새 훈련장 건설의 첫 삽을 뜨기 전에 떠나는 것이 아쉽지만 “더 좋은 미래는 후임자의 몫이다. 나는 길을 닦는 역할을 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얘기했다.
1998년부터 10년간 한국전력의 감독을 맡았던 그는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약체 팀의 설움을 누구보다 많이 겪었다. 프로배구 출범 당시 유일한 아마추어 팀이었기에 다른 팀과 선수구성에서 경쟁이 되지 않았다. 5시즌 동안 감독으로 19승126패를 기록했다. 25연패도 경험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좋은 선수들이 오고 싶어 하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
6년간 배구 현장을 떠났다 단장으로 돌아와 좋은 순간도 경험했다. 전광인 입단 뒤 봄 배구에 2차례 나갔을 때가 최고의 시기였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꿈은 좌절됐고 전광인이 떠나면서 고통스러운 암흑기도 겪었다. 그 때의 어려움을 알기에 “우리 팀의 좋은 선수는 반드시 잡아야 하고 이제는 고액연봉 선수들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인사발령 직후 다른 팀 단장들에게 문자로 작별 신고를 한 그는 “이제부터 마음 편하게 지낼 준비를 차근차근 해야 한다. 그동안 도와주신 많은 분들과 나중에 좋은 시기가 되면 같이 소주나 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