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2순위로 입단해 V리그 여자배구 인기상승의 주역으로 활약해온 흥국생명 이재영-다영 자매가 7시즌 동안 쌓아올린 탑이 무너지기까지 딱 닷새가 걸렸다. 최근 V리그를 패닉 상태로 몰고 갔던 학교폭력 폭로의 시발점이었던 두 사람이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흥국생명은 15일 오전, 이 같은 구단의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10일 이들과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누군가가 학창시절에 겪었던 불미스러운 일을 대중에게 폭로한 지 닷새만이다. 이들은 과거의 잘못된 행동이 문제가 되자마자 즉시 자필로 사과문을 냈지만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학교폭력은 요즘 세대들이 가장 분노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안 가운데 하나였다. 흥국생명도 이 문제의 폭발력을 잘 알았기에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두 사람에게 어떤 처벌을 내려야 하는지 연휴기간 내내 고민해왔다.
프로 팀에 입단하기 전에 벌어진 일인데다 징계의 법적근거가 불분명했다. V리그 최초의 사례였기에 학교폭력을 대하는 기준점이 나오기까지 과정은 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팬들의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10일 이후 봇물이 터지듯 추가폭로가 이어졌다. 13일에는 OK금융그룹의 송명근과 심경섭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들은 즉시 피해자에게 사과한 뒤 14일 스스로 출장정지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이들의 뜻을 받아들였다. 학원스포츠에서 자주 발생하는 수많은 비슷한 사례를 감안한다면 이번 일은 빙산의 일각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또 누군가의 추가폭로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V리그는 지금 위기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흥국생명은 ‘공감’과 ‘책임감’ ‘사과’를 말했다. “피해자분들께서 겪었을 그간의 상처와 고통을 전적으로 이해하며 공감합니다. 구단은 이번 일로 배구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실망을 끼쳐 드려 죄송하고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학교 폭력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두 선수는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등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구단도 해당 선수들의 잘못한 행동으로 고통 받은 피해자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구단은 사안이 엄중한 만큼 해당 선수들에 대해 무기한 출전 정지를 결정 했습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흥국생명은 이런 결정을 내리면서 피해자에게 진정한 사과와 용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선수는 자숙기간 중 뼈를 깎는 반성은 물론 피해자분들을 직접 만나 용서를 비는 등 피해자분들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발표문에는 빠졌지만 이들의 복귀는 오직 “피해자와 팬들이 용서할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구단은 공식 발표문에는 밝히지 않았지만 “국가대표팀도 자진 사퇴한다”고 했다. 쌍둥이 자매는 지난 11일 도로공사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팀 숙소를 떠났다. 언제 다시 코트로 복귀할 수 있을지 여부는 피해자와 팬들의 용서에 달렸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