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계의 핫이슈인 학교폭력을 놓고 한국배구연맹(KOVO)과 대한배구협회(KVA)가 공동대응에 나섰다.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학교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한다. 16일 첫 모임을 갖는 비상대책위원회는 KOVO 신무철 사무총장이 주관하며 법률적 자문을 위한 KOVO 고문변호사, 경기운영본부장과 KVA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10일 첫 폭로 이후 많은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다양한 내용의 폭로를 추가로 쏟아내면서 배구계는 지금 혼돈상태다. 14일 OK금융그룹 송명근, 심경섭의 자발적 출장정지에 이어 15일 흥국생명 이재영-다영 자매의 무기한 출전정지 결정이 나왔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국가대표팀 선발에서 무기한 제외한다는 KVA의 결정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폭로가 이어지자 KOVO와 KVA는 학교폭력을 근절할 후속방안과 법적 근거를 빨리 마련하고자 한다.
폭력의 특성상 가해자보다는 피해자가 더 잘 기억한다. 이를 고려한다면 현재 V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에 대한 전수조사도 필요하지만, 피해자로부터 직접 신고를 받는 통합창구의 개설을 검토해볼 만하다. 피해신고를 접수한 뒤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가 인정되면 가해자의 사과와 보상, 징계까지 내리는 원스톱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울러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학교폭력과 관련해 KOVO가 내릴 징계의 근거는 ‘징계 및 제재금 부과 기준’ 가운데 제4항의 6번째 항목이다. “연맹의 명예를 실추시킨 행위”로 판단할 경우 개인에게 1000만~2000만 원의 벌금이 가능하다. KVA도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11조(불미스러운 행위로 사회적인 물의를 야기한 선수)를 근거로 대표선수 선발 제외를 결정했다.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통해 추가 징계도 가능하지만 지금 들끓는 여론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물론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대중의 분노가 크기에 지금보다 엄격한 규정을 만들 필요는 있다. 소급적용은 불가능해도 다음 시즌부터는 통일계약서에 ‘학교폭력에 연루된 것이 일정기간 사이에 드러날 경우, 리그에서 퇴출하고 영구제명부터 1~3년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아들인다’는 조항을 넣는 방법도 있다. 현재 승부조작은 이 징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학교폭력도 승부조작과 같은 큰 범죄행위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검토해볼 만하다.
학원스포츠도 동참해야 한다. 현재 폭로된 학교폭력은 선수들이 프로팀에 입단하기 전 벌어진 일들이다. 사실 프로구단이 각 학교에서 벌어진 선수들의 모든 과거사를 일일이 검증하기는 어렵다. 해결책으로 선수들의 프로 입단 지원서에 학교폭력에 연루되지 않았음을 먼저 서약하게 만들고, 소속 학교도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만약 이런 검증과정을 거친 뒤에도 문제가 발생하면 프로팀에서 소속 학교에 주는 입단지원금을 회수해 이를 학교폭력 피해자를 위한 보상금이나 지원금으로 쓰는 규정을 만드는 등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올바른 길을 찾아보면 해법은 분명 있을 것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