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경기력, 길 잃은 흥국생명 앞으로가 더 걱정

입력 2021-02-17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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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20-2021 도드람 V리그’ 인천 흥국생명과 화성 IBK기업은행의 여자부 경기가 열렸다. 흥국생명이 IBK기업은행에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한 뒤 김연경이 아쉬워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절대 1강으로 꼽히던 흥국생명의 우승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어깨 부상으로 팀을 떠난 루시아 프레스코의 대체자만 찾으면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였지만, 생각지도 못한 악재가 터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는 모양새다. 이재영-다영(이상 25) 자매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진 이후 떨어질 대로 떨어진 경기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의 경기력으로는 정규리그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선두(승점 50·17승7패) 자리를 지키는 것이 기적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게다가 최근 4연패에 빠지면서 2위 GS칼텍스의 추격권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다. 11일 도로공사전에서 기록한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최저득점(42점)을 16일 IBK기업은행전(41점)에서 경신하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무기한 출전정지 처분을 받은 주전 레프트(이재영)와 세터(이다영)의 비중이 워낙 컸기에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선수들의 멘탈(정신력)까지 흔들리고 있어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일 때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선수들이 과한 관심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더 이상 다른 요인으로 경기에 지장을 받지 않길 바란다. 선수들이 충분히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읍소하다시피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새 외국인선수 브루나 모라이스의 컨디션도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다. 16일 IBK기업은행전에선 2세트까지 10차례 공격을 시도해 단 1점도 올리지 못했다. 높은 타점을 자랑하지만, 세터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 박 감독이 이한비, 박현주 등의 국내선수들을 중용하는 대신 브루나를 기용하는 것도 어떻게든 실전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인데, 지금과 같은 ‘승점자판기’ 신세가 계속되면 곤란하다.

김연경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혼자 모든 것을 바꿀 순 없다. 과거 남자부 삼성화재에서도 가빈 슈미트, 레오 등의 외국인선수가 엄청난 비중을 차지했지만, 리시브와 토스, 디그, 이단연결 등 공격과정을 완벽히 수행하는 다른 선수들이 없었다면 왕조 구축은 불가능했다. 지금의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공격까지 연결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게 과거와 다르다. 김연경 혼자서 사실상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리시브는 흔들리고, 토스는 네트에 붙는다. 최적의 타점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호흡을 가다듬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박 감독은 “최악의 상황”이라며 “브루나도 경기력을 끌어올릴 시간이 없었다. 팀 전체적으로 가장 힘든 상황에서 본인의 역할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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