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라오스 루아프라방 1편]탁발로 시작하는 아침

입력 2014-03-14 1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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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아프라방의 탁발 행렬.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루아프라방의 탁발 행렬.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윤회설을 믿는 사람들 대부분은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 외제차를 부리며 부자로 살거나 혹은 1달러짜리 기념품을 팔고 있더라도 그들은 행복하다. 그들의 오랜 신념인 윤회를 잠시 스쳐가는 여행자가 어찌 알까마는, 언제나 자신을 굽어 살펴주는 신이 있고 작은 소망을 기원할 사원이 있으니 이들은 부족함이 없나 보다. 신과 함께 사는 인도차이나 사람들의 소박한 행복은 욕심 많은 여행자의 행보를 한 템포 늦춰준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라오스와 캄보디아 그리고 베트남을 간다.》

산 중 편안한 휴양지, 루앙프라방

많이 알려지지 않은 데다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한 지역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라오스에 대한 첫 번째 반응도 그것이다. 위험하고 가난한 곳. 하지만 비록 가난해 여행객을 따라다니며 싸구려 물건을 팔지언정 이곳엔 사악한 소매치기도 없고, 능글맞은 사기꾼도 없다. 흥정을 포기한 여행자를 뛰어와 잡으며 물건을 들여가라는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안전한 곳이다.

루앙프라방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3층이 넘는 건물을 찾기는 매우 힘들고 도시는 시간이 멈춘 듯 느리고 더디다. 여행자는 점점 몰려오지만 오래 전 이곳을 다녀갔다는 이도 시간의 흐름에 비해 변한 것이 없다고 말하는 루앙프라방. 이곳을 찾은 이들이 기대하는 것은 거대한 유적이나 큰 볼거리가 아니다. 언제부터 울어댔는지 모르는 닭의 외침에 잠을 깨고, 날이 저물면 노천 카페에 나와 비어라오 한 잔에 다시 내일을 기약하는 평화롭기 그지없는 지극히 단순한 삶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그들은 라오스인들이 믿는 생활의 철학을 조금씩 알아간다.

루아프라방의 탁발 행렬.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루아프라방의 탁발 행렬.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발로 시작하는 아침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조금 이르게 그리고 색다르게 시작된다. 어제 밤까지만 해도 테이블을 내놓고 맥주를 마셨던 곳이지만 이른 아침엔 승려들의 행렬이 시작된다. 탁발이다. 상업활동을 할 수 없는 승려들은 음식물을 얻기 위한 현실적인 필요에서, 윤회설을 믿는 이들에게는 다음 생을 위한 보시로 행해지는 이 의식은 남방 불교를 믿는 이들에겐 아주 평범한 일상이다.

날이 밝아오자 멀리서 행렬이 시작된다. 길게는 20여 명, 짧게는 10명 미만의 승려들이 마치 조를 이루듯 선두를 따라 탁발에 나선다. 보시를 하는 사람들은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음식이나 꽃을 내어주고 스님은 뚜껑을 열어 그릇에 담는다. 다음 행렬이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평생에 한번은 승려가 되어야 하는 이 나라 남자들의 의무에 따라, 행렬 속의 스님들은 젊거나, 어리거나 또 지긋하기도 하다. 사원에서 승려로 있는 동안 이들은 의식주 걱정이 없으며 공부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신성하게 시작되었던 탁발은 이 거대한 행렬을 구경 나온 관광객들과 이들에게 음식을 파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상업적으로 변해가는 듯하다. 이러다 일종의 관광상품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지만 종교를 버리지 않는 한 이른 아침의 이 행렬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한 시간이 채 안 되어서 주황색의 가사가 줄을 이었던 골목길은 천천히 정리가 되고 음식물을 담았던 대나무 통들도 주인을 찾아갔다.

정리=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취재 협조 및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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