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라오스 루앙프라방 2편]사원의 도시, 그리고 푸시 산

입력 2014-03-14 1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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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시엥통 모자이크 벽화.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왓 시엥통 모자이크 벽화.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윤회설을 믿는 사람들 대부분은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 외제차를 부리며 부자로 살거나 혹은 1달러짜리 기념품을 팔고 있더라도 그들은 행복하다. 그들의 오랜 신념인 윤회를 잠시 스쳐가는 여행자가 어찌 알까마는, 언제나 자신을 굽어 살펴주는 신이 있고 작은 소망을 기원할 사원이 있으니 이들은 부족함이 없나 보다. 신과 함께 사는 인도차이나 사람들의 소박한 행복은 욕심 많은 여행자의 행보를 한 템포 늦춰준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라오스와 캄보디아 그리고 베트남을 간다.》

사원의 도시

불교의 나라 라오스에서 크고 작은 사원은 쉽게 눈에 띈다. 아무리 이들이 가난하다 하여도 금으로 장식하지 않은 부처상은 없고,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한다 해도 탁발에 나선 승려에게 기꺼이 오늘의 음식을 내어준다. 삶의 중심에 불교가 있고 도처에 사원이 있어 이들은 항상 신과 함께한다. 절이 아니어도 주변 곳곳에 혹은 집 안에 무언가 기도의 대상이 있다. 루앙프라방의 대표적인 사원들은 타논 시사왕웡(Thanon Sisavangvong) 거리에 있어 방문객들이 몰리고 자연스럽게 중심이 되었다.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사원으로 알려진 왓 시엥통(Wat Xieng Thong)은 라오스 건축의 걸작으로 꼽힌다. 1559년 세타티랏 왕에 의해 건축되었으며 19세기 중국 침략 당시 도시가 거의 초토화되었지만, 그 수장이 왓 시엥통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덕에 유일하게 파괴를 막았다고 전해진다.

왓솝의 입상 불상.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왓솝의 입상 불상.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사원은 몇 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경쾌한 곡선으로 지붕이 땅바닥에 닿을 듯 독특한 양식을 보이는 것이 심(sim)으로 본당이다. 외관은 물론 내부도 금으로 치장하고 화려한 벽화로 장식되었다. 벽화는 힌두신화인 라야마나와 부처의 생을 묘사했는데 그림이 아니라 모자이크다. 햇빛에 반짝거리는 모자이크는 매우 섬세한데 그 백미는 본당 뒤편의 붉은 바탕에 그려진 부처의 일생이다.

본당 뒤쪽의 작은 불당 역시 모자이크로 외벽을 장식해 건물 하나하나가 마치 작은 보석 상자 같다. 본당 앞으로는 왕실의 영구차인 머리 7개 달린 나가가 장식된 마차를 보관하고 있는 황금색 건물이 햇볕에 반짝이고 있다. 여행자들 거리에 인접한 왓 센(Wat Sen)과 왓 솝(Wat Sop)은 나란히 자리한다. 화려한 외관, 뾰족한 지붕 등이 태국의 영향을 받은 듯 보인다. 왓 솝은 특이하게도 좌불이 아닌 입상 불상을 모시고 있는데 거리에서도 바로 보이는 위치에 있다.

왓 위쑨나랏의 둥근 탑.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왓 위쑨나랏의 둥근 탑.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왓 시엥통에 비하면 작고 소박하지만 왓 위쑨나랏(Wat Wisunnarat)은 15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사원으로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화재로 일부 소실되어 지붕과 벽 등을 재건축하였는데 확연히 다른 지붕의 색으로 보수 여부가 쉽게 드러나고 만다. 본당과 마주보는 곳에는 둥근 모양의 탑이 하나 있는데 부처님 유골의 일부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루앙프라방의 중심 푸시 산

산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민망한 330여 개의 계단을 오르면 정상에 이르는 야트막한 높이다. 하지만 라오스의 더위는 이 산을 오르는데 어느 정도의 땀과 가뿐 숨을 요구한다. 중앙엔 역시 사원과 금빛 탑이다. 라오스는 금이 많이 났었지만 대부분의 금광을 일본에 팔아 이제는 오히려 도로 돈을 주고 금을 사와야 한다고 한다.

푸시산 정상 사원.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푸시산 정상 사원.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멀리서도 보이는 이 금빛 탑 아래서 산을 올라온 사람들은 잠시 바람에 땀을 식히면서 열대림 속에 자리한 이 작은 마을을 굽어본다. 아이들이 첨벙거리던 냇가도 보이고, 툭툭이 오가는 거리도 보인다. 어느 사원에서 왜 울리는지도 모르는 북소리가 끊임없이 잔잔히 공기를 타고 산꼭대기까지 올라온다. 멀리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무념무상의 평화로운 시공간이 된다. 시원한 바람이 땀에 젖은 머리카락 사이를 헤집고 지나간다. 관광객의 무리에 이 평화가 깨질 무렵 파랬던 하늘에 점점 회색빛이 감돈다. 이곳은 일몰의 명승지. 좁은 정상에 사람들이 가득 차기 시작한다. 저녁 무렵의 시원한 바람이 몇 차례 더 불고 나자 한낮의 강렬했던 태양은 메콩 강을 노랗게 물들이며 사라졌다.

정리=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취재 협조 및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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