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비친 앙코르와트.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윤회설을 믿는 사람들 대부분은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 외제차를 부리며 부자로 살거나 혹은 1달러짜리 기념품을 팔고 있더라도 그들은 행복하다. 그들의 오랜 신념인 윤회를 잠시 스쳐가는 여행자가 어찌 알까마는, 언제나 자신을 굽어 살펴주는 신이 있고 작은 소망을 기원할 사원이 있으니 이들은 부족함이 없나 보다. 신과 함께 사는 인도차이나 사람들의 소박한 행복은 욕심 많은 여행자의 행보를 한 템포 늦춰준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라오스와 캄보디아 그리고 베트남을 간다.》
앙코르와트, 더 이상의 접근을 거부하다 크메르 유적의 중심은 아무래도 가장 거대한 앙코르와트일 것이다. 다른 사원들과 달리 서쪽을 향한 탓에 죽음에 관련된 건물일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확실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추측이고 해석일 뿐이다. 그래서 더 신비로운 것일지도 모른다.
앙코르와트는 보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 해자도 멀쩡히 있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장 높은 3층까지 능력껏 기어올라갈 수도 있었다.
앙코르와트를 둘러보는 관광객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무슨 이유에선지 해자를 건너 바로 들어갔던 중앙의 문은 폐쇄되었고 그 옆으로 난 문으로 들어가도록 들어가도록 동선이 달라졌다. 중앙 문을 통하면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프랑스 학자들이 파인애플이라 불렀던 앙코르 중앙 탑이 바로 정면에서 숨이 막히게 펼쳐졌었는데 말이다. 긴 진입로와 좌우의 도서관, 말라버린 호수는 여전했다. 회랑을 감싸는 벽화도 여전했고, 보수하느라 포장을 씌웠던 건물도 얼굴을 드러냈다. 하지만 3층은 금지되어 있다. 오만한 인간들은 신에게 경배하며 올라가야 할 가파른 계단을 겅중대며 오르다 몇 번의 추락사고를 냈다. 그리고 금줄이 쳐졌다. 다 인간이 초래한 결과가 아닐는지. 어쩌면 그것은 신이 의도한 바였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제어하고 경배하기를 기대했으나 작은 희생이라도 보여주지 않으면 인간은 금세 분수를 잊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앙코르와트의 신은 이제 인간의 접근을 이로써 거부하는 듯하다.
사실 이것은 상상에 불과하고 안전을 위해 뒤쪽으로 계단을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고색창연한 유적에 너무나 생경한 나무 계단을 보며 혹시나 신이 인간을 겁주어 접근을 막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타프롬, 나무와 함께 영생하기를 타프롬의 벽. 사진=모두투어 자료 사진 제공
앙코르톰 남문과 같은 고프라가 있는데 우리가 보기엔 앙코르톰의 얼굴과 같아 보이지만 안내하던 현지인은 여인의 얼굴이라며 어머니를 위한 사원임을 강조했다. 타프롬은 나무가 휘감은 건물의 모습,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그 강렬한 이미지로 유명하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타프롬의 붕괴는 더 실감이 났다. 입구 역시 다른 쪽으로 변경되어 있었고, 무너져버린 돌들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덕분에 여전히 내부는 무너져내린 벽과 어쩔 줄 모르고 쌓인 벽돌로 미로가 되었고, 이런 분위기 속에 나무가 뱀처럼 건물을 기괴하게 감싸고 있는 풍경을 만나면 놀라움은 더 크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무가 건물을 지탱하고 있음이 더 명백해진 것 같다. 나무의 힘으로 몇 년을 더 버틸 수 있을까. 시간과 자연 속에서 그대로 무너지게 두는 것이 순리인가 아니면 지지대라도 받쳐줘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대로 두기를 권하는 듯하다. 고증 자료도 부족한데다 이것이 역사의 순리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하지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타프롬의 나무.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우기로 접어드는 시점, 땡볕에 사원을 구경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문득 이 유적들을 만든 이들의 땀과 눈물에 대해 생각해본다. 고되고 값진 희생 속에 세워진 유적들이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거기엔 물론 무지막지한 관광객들도 한몫하고 있다. 이만한 유적을 짓기는커녕 복원과 복구도 못하는 우리의 최대 노력은 보존이 아닐까.
정리=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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