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여행 제3편] 아고라와 제우스 신전

입력 2015-04-17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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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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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신화와 이야기가 탄생한 곳. 포세이돈과 제우스 그리고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또 디오니소스와 헤르메스.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그 거대한 이름들은 분명히 신화처럼 내 기억 속에 박제되어 있었다. 잠자고 있던 신화를 깨우는 곳, 그리고 그곳이 세상의 모든 블루를 품고 있는 지중해라면.》


아고라
아고라로 내려왔다. 아고라는 그리스가 고대 도시국가를 이루던 시절에 일반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여 토론을 하고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는 장소였다. 로마시대의 광장을 일컫던 현 시대의 포럼과 비슷한 장소로 인식되지만 아고라는 실제 교역이 이루어지는 시장의 기능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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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무더기가 겨우 시절의 흔적을 남긴 채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하니 다소 쓸쓸한 생각이 들었으나 폐허가 된 바로 이곳에서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열변을 토했다고 생각하니 꽤 남다른 기분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원래 이곳에는 300여 채의 가옥들이 있었지만 아고라의 발굴과 보존으로 모두 이주했다고 한다. 그리스인들의 문화에 대한 인식이 남다른 대목이었다. 아고라 광장 부지에는 현재 그리스에서 가장 완벽하게 복원된 유적으로 평가받는 주랑 박물관이 있다. ‘아타로스의 스토아’라고 불리는 이 박물관은 100미터가 넘는 길이에 22개의 이오니아식 기둥들이 두 줄로 늘어서 있어 그리스식의 고풍스러움과 함께 웅장함을 담고 있는 곳이다. 내부에는 아고라 박물관이 있어 당시의 예술품들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준수한 유물들도 볼 수 있다. 헤파이토스 신전이 있는 바로 옆 언덕으로 올라가면 파르테논의 모습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보는 신전의 모습은 절기상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남쪽으로 방향을 낮추고 서쪽으로 휘어져 가는 궤적이어서, 그러니까 파르테논이 해를 등에 지고 실루엣이 두드러지는 장면이어서 가장 신비로운 파르테논을 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제우스 신전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보았을 때의 그 아름다움, 다가가지 못하고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아야만 했던 제우스. 아테네를 떠나기 전 나의 마지막 행선지이다. 그리스의 수많은 신들 중의 신이지만 신의 자리를 언덕의 파르테논에 넘겨주고 그저 땅의 왕이 된 제우스. 너른 공터에서 쓸쓸하게 홀로 버티고 있던 안쓰러움 혹은 무언가를 잔뜩 기다리고 있는 절치부심. 그것이 아크로폴리스에서 멀리 보았을 때 느꼈던 제우스에 대한 가장 큰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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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이 무려 144개에 기둥 하나의 높이가 17미터로, 그리스에 남아있는 신전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었다고 하는 제우스 신전. 현재는 열다섯 개의 기둥만이 남아있지만 그 위용을 가늠해 본다면 굳이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언덕 위의 파르테논보다 더 압도적인 것이 사실이다. 기원전 500여 년 전에 리보라는 건축가에 의해서 세워졌다고 전해지지만 그것보다도 그때 당시의 역사를 정확히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더 놀랍다. 신전 내부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였던 제우스 상이 있었다고 전해지나 현재는 남아있지 않다. 대지가 아직 생기를 찾기 전인 계절이라 제우스의 황량함은 더욱 빛나고 있었다. 부활절이 지나면 이곳에 색색의 꽃이 피고 푸르름이 덮이기 시작하겠지. 구석에 있는 벤치에 앉아 묘한 한숨을 한 번 쉬고 조용히 제우스를 감상했다. 주변에 부겐빌레아와 크리스마스로즈 같은 지중해성 꽃들이 만발해 제우스를 꾸며주고 있었다면 솔직히 단상은 반감했을 것이다. 제우스는 이렇게 철저하고 고혹하게 혼자 남아있어야 제우스답다고 생각했다. 만일 눈이 왔을 때 제우스를 보았다면 어땠을까, 폭풍우가 치는 여름 날 제우스를 보았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어둠에 쌓인 밤에 이곳에 왔다면 어땠을까.

<동아닷컴>

제공 : 모두투어(www.modetour.com, 1544-5252) / WRITER+PHOTO E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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