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롱베이. 모두투어 제공
뜨겁다. 피부를 검게 불태우는 태양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가슴 속 열망이. 이 계절, 그 열망만큼이나 뜨겁게 빛을 내는 곳을 찾아 떠났다. 아찔한 더위마저 날려 보낼 천국 같은 휴양지가 기다리는 반전의 섬. 그곳은 동양의 하와이, 하이난이다.
중국 최남단에 자리한 섬 하이난은 중국 문화권에서 대만 다음으로 큰 섬이다. 연중 300일 이상 맑은 날씨가 지속되고 계절에 상관없이 뜨거운 아열대 기후를 보이는 탓에 이미 세계적인 휴양지로 널리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하이난을 향하는 강렬한 시선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 중국의 거부들과 세계적인 기업들이 너도나도 이 섬에 투자를 하고 있고 고층 빌딩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특급 리조트의 경연장이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국제적인 행사들이 줄을 잇으며 세계적 유명 인사들은 하이난의 뉴스에 그들의 이름을 장식한다. 국내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동안 중단되었던 하이난행 직항이 다시 개설되면서 하이난으로 가는 길이 쉬워졌다. 또한 중국에서 유일하게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정책이 적용되어 여행사 상품을 이용한 단체관광 시 개별적인 비자 발급이 필요 없게 되었다. 하이난에서 만난 한 리조트 직원은 나에게 스마트폰 속 사진을 내밀었다. 얼마 전, 다녀간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 지금 하이난은 사진 속의 그들처럼 더욱 화려한 얼굴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리조트의 천국 하이난 & 천국 같은 리조트
늦은 밤 도착한 하이난의 산야 국제공항. 순식간에 몰아닥친 뜨겁고 습한 공기에 하이난의 무더위가 예사롭지 않음을 새삼 깨달았다. 자정을 넘어가는 늦은 밤의 열기는 한낮의 폭염이라 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기세가 대단했다. 여행을 마치고 하이난을 뒤로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던 뜨거움을 이겨내며 일정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숙소로 이용했던 리조트들의 힘이었다. 동양의 하와이라 불리는 하이난의 오늘을 만들고 또 지탱해 갈 수 있는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수십여 개에 이른다는 최고급 호텔과 리조트가 아닐까. 천국을 방불케 하는 시간들, 리조트에서 머무는 시간은 그것이 며칠이 되었건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리조트 안에는 먹고 보고 즐길 거리가 넘쳐나기 때문. 하이난의 무더위에 대처하는 우리의 가장한 현명한 방법, 하이난 여행의 백미, 머무름의 미학을 온 몸으로 맛볼 수 있는 리조트 여행을 소개한다.
Mangrove Tree Resort World Sanya Bay
산야 피닉스 국제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약 20분쯤 어둠이 짙게 깔린 도시를 달리자 맹그로브트리 리조트에 도착했다. 밤의 적막이 리조트를 가득 메워 미처 리조트의 면모를 확인할 수조차 없는 시간. 늦은 시간이라 여정을 풀고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 드리워진 커튼을 열고 발코니에 나가 맹그로브트리 리조트와 마주했다. 벌어진 입을 한참동안 다물 수 없는 어마어마한 광경.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그 풍경은 하나의 숙소가 아닌 동남아의 어느 거대한 테마파크에 와 있는 것 같았다.
Intro
비교적 최근인 지난 2014년 개장한 초특급 리조트로 하이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리조트의 본 기능인 휴식뿐만 아니라 패션, 예술, 레저,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요소들이 통합된 All-In-One 리조트로서 산야를 대표하는 리조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모두 6개의 건물카폭, 부다, 코코넛, 그랜드팜, 퀸팜, 킹팜에 약 3,800개의 객실을 갖추고 3,500여 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으며, 산야 최초의 워터파크인 1만평 규모의 워터파크와 매일 다른 곳을 가더라도 한 달은 족히 걸릴 71개의 레스토랑과 바를 갖추고 있다. 또한 동남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쇼핑 스트리트와 아트 갤러리, 아이들을 위한 키즈클럽과 수영장,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극장과 영화 촬영 장소인 무비 스튜디오, 클럽 등은 맹그로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스파, 면세점, 웨딩홀, 다양한 회의실과 미팅룸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목적의 방문객들에게 최상의 만족을 선사하는 곳이다. 특히 한국 관광객을 위한 한국어 서비스가 있고,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보다 더 편리하게 머물 수 있다.
A 中国海南省三亚市凤凰路155号
T(86)898 88955555
www.sanyawan.mymhotel.com
Water Park
맹그로브트리 리조트를 방문한 이상 이곳을 빼놓을 수는 없다. 하루쯤은 이곳에서 모든 시간을 보낸다 해도 아깝지 않을 곳. 아마존정글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은 약 33,000square meter-약 1만평에 이르는 산야 최초이자 최대의 워터파크이다. 하얀 모래와 야자수 그리고 넘실대는 파도를 맞이하는 순간 세계적인 화이트비치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단번에 날려버린 시원함에 사람들은 함성을 지르고, 거대한 코브라 슬라이드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사람들은 아찔함에 탄성을 내뱉는다. 이외에도 다양한 어트랙션을 통해 놀고 즐기고 쉴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얼마 전, 국내의 한 걸그룹이 이곳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예능 프로그램이 촬영되기도 했다.
Movie Studio
코코넛 타워의 1층과 2층에 특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연출해놓은 무비 스튜디오는 ‘영화공방’이라는 이름의 영화 세트장이다. 중국의 유명한 문학가 루쉰의 소설에 등장한 식당, 옛 상하이 거리, 마오쩌둥의 문화혁명 등은 중국 역사의 생생한 현장을 방문하는 기회이자 중국의 깊이 있는 문화와 문물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다. 다른 나라의 모습도 이곳에서 함께 만나볼 수 있다. Mexico Kitchen, Europe Trail, Moulin Rouge Restaurant 등은 어느 영화 속에서 한 번쯤은 봤던, 그래서 낯설지만은 않은 풍경이다. 때문인지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는 왠지 아쉬움이 커지는 곳이기도 한 이 건물은 약 550명이 동시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대형 극장도 갖추고 있다.
Kapok Tower
카폭 타워는 A동, B동 두 개의 건물로 이루어져있다. 수영장과 키즈클럽, 조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등이 이곳에 있다. 크기가 다양한 801개의 룸을 갖추고 있으며 모든 룸에는 발코니와 욕조가 설치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가족들이 함께 머무를 수 있는 family suite의 경우 방 2개와 거실 1개를 갖고 있으며 거실과 큰 방에 각각 발코니를 갖추고 있다. 큰 방에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욕조가 설치되어 있어 낭만적인 스파를 즐길 수 있다. 주로 가족단위 또는 허니무너들을 위한 공간으로 많이 사용된다.
Buddha Tower
부다 타워는 515개의 룸을 갖추고 있다. 비즈니스 또는 1~2인의 여행자들을 위해 적합한 룸이 있는 건물이다. 비즈니스센터와 다양한 회의실, 세미나룸, function room 등을 갖추고 있어 기업 행사나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편리한 곳이다. 3층 야외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함께 어우러진 수영장이 있어 가볍게 산책과 수영을 즐기며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곳. 중식 레스토랑과 아트 갤러리도 이곳 부다 타워에 위치하고 있다.
Coconut Tower
순백의 코코넛 속살을 연상시키는 하얀색의 로비는 동화 속 공주의 집을 닮았다. 맹그로브 컨벤션센터와 인접해 있으면서 웨딩플라자와도 가깝다. 570개의 럭셔리한 룸을 갖고 있으며 각 룸에는 전망 좋은 발코니가 설치되어 있다. 1,2층에 무비 스튜디오가 자리하고 있는 코코넛 타워는 예술적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공간으로 새로운 느낌의 감각적인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Private Beach
맹그로브리조트월드 산야베이는 지리적으로 시내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인근에 산야베이가 있어 해변까지 그리 멀지 않은, 산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야롱베이에 Private beach를 운영하며 리조트를 찾은 고객들에게 동양의 하와이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매일 아침 9시, 오후 4시 리조트에서 야롱베이의 Private beach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Renaissance Sanya Resort & Spa
시내권을 벗어나 산야의 동쪽 끝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먼 여정은 하이탕베이의 르네상스 산야 리조트에서 멈춰 섰다. 기품이 넘치고 고풍스러운 우아함이 돋보이는 리조트 정문의 아름다움은 로비를 지나 남중국해의 해변 너머로까지 이어졌다. 초록 야자수 숲 사이로 곱게 이어진 파란 수영장과 에메랄드빛 푸름이 띠를 두른 듯 리조트와 맞닿아있는 광활한 바다. 눈앞에 펼쳐진 아늑한 풍경은 객실에서도 그 모습 그대로 맞아주었다. 발코니에 앉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평화로운 이곳. 그 낭만을 나눌 수 있는 연인이 곁에 있다면 그대로 잠들고 싶은, 사랑을 고이 속삭이고픈 곳이다.
Intro
세계적인 대형 호텔 체인 그룹 매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멤버인 르네상스 산야 리조트는 지난 2010년 문을 연 초특급 리조트이다. 약 1만 평을 자랑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영장과 객실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Private beach는 이곳 리조트의 가장 큰 자랑. 특히 저녁이면 물속을 은은하게 비춰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수영장은 르네상스 산야 리조트를 찾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만큼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다. 또한 85% 이상의 객실이 바다를 향하는 오션뷰를 택하고 있어 한낮에는 푸른 바다를 마음껏 조망할 수 있다. 한적함에 럭셔리한 분위기까지 더한 이 리조트만의 해변은 여느 다른 휴양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때 묻지 않은 진짜 휴식을 선물한다. 넉넉함과 안락함이 가득 배어있는 객실과 사소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시설물, 항상 부드러운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리조트 직원들의 특급 친절은 르네상스 산야 리조트를 방문한 모든 이들이 하이난을 다시 찾고 싶어지는 궁극의 이유가 될 것이다.
A 中国海南省三亚,海棠湾椰洲路 1 号 · 邮编: 572013
T 86-898-3885 8888
www.renaissancesanya.com
Presidential Suite
르네상스 산야 리조트는 507개의 객실과 10개의 빌라 그리고 약 1,600square meter-약 485평 크기의 Presidential Suite를 갖고 있다. 최고층 전체를 사용하는 Presidential Suite는 단일 룸으로 중국 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객실이다. 침실, 응접실, 집무실, 회의실, 다이닝룸, 스파룸 등 다양한 용도로 구성된 내부 공간은 우아함과 럭셔리함의 종결을 보여준다. 리조트와 해변의 황홀한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고 넓은 개인 수영장까지 갖춘 대형 발코니는 초특급 리조트의 진수를 맛보는데 조금의 모자람도 없다.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라 표현해도 괜찮은 Presidential Suite는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 단 한 번의 이벤트를 꿈꿔도 좋을만한 하나뿐인 공간이다.
Villa
리조트의 로비를 빠져나와 울창한 열대우림 사이로 스며들면 아담한 모습의 빌라를 만날 수 있다. 문을 열고 그 속으로 들어가면 감춰져있던 또 다른 천국이 속살을 드러낸다. 두 개의 침실과 안락한 응접실, 조리가 가능한 주방 그리고 깔끔한 욕실까지. 도심 속에 숨어있는 고급 전원주택에 온 것 같은 모습에 가슴 깊은 곳까지 상쾌함이 찾아든다. 쾌적한 분위기의 침실 앞으로 정원에 둘러싸인 작은 수영장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보기만 해도 발을 담그고 싶어지는 풍경. 리조트의 객실과는 또 다른 빌라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Private Beach
휴양지의 꽃은 역시 그림처럼 아름다운 해변이라 했던가. 한 가지 더 보태자면 나만의 달콤한 휴식을 보장해줄 수 있는 고요함과 여유로움일 것이다. 리조트만의 해변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는 드넓은 백사장과 파란 바다는 이 모든 조건을 다 갖췄다. 개인 수영장이라도 되는 듯 여유롭게 물놀이에 빠질 수도 있고 자연 그늘 아래에서 태양을 피해 한가롭게 태닝을 하거나 독서를 즐길 수도 있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해변은 더욱 로맨틱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웨딩 촬영을 하는 예비부부,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며 빛을 내는 불꽃놀이. 좀 더 깊은 밤에는 멀리서 하얀 빛을 뿜어내는 어선들이 어촌마을의 풍경을 연출한다.
Renaissance Wedding
특별한 결혼식을 꿈꾸는 이들에게 르네상스 산야 리조트는 더할 나위 없이 로맨틱한 장소이다. 새하얀 모래사장과 넘실대는 푸른 파도 앞에 초록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펼쳐진 잔디밭이 바로 결혼식장. 알록달록한 꽃으로 장식된 웨딩아치와 그곳에 매달린 투명한 샹들리에가 오늘의 주인공들을 맞이한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입장하는 순간 꽃가루가 흩날리며 조용하던 해변에 사랑의 축가가 울려 퍼진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랑이 완성되는 시간. 르네상스 산야 리조트가 선사하는 tailor-make your wedding!
Restaurant & Bar
르네상스 산야 리조트에는 7개의 개성 넘치는 레스토랑과 바가 손님을 맞이한다. 엄청난 가짓수의 오리엔탈 조식 뷔페를 선보이는 Red star cafe, 하이난의 전통 요리와 다양한 중국 요리를 맛볼 수 있는 Star Anise, 당일 잡은 싱싱한 해산물로 맞춤형 요리를 해주는 Star fish market은 깔끔하고 맛깔난 음식으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수영장에 몸을 담근 채 칵테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Star fish bar와 창밖으로 펼쳐지는 해변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The Lounge는 좀 더 센스 있는 휴식을 취하며 리프레쉬 할 수 있는 공간이다.
Shuttle Bus
르네상스 산야 리조트는 투숙객들을 위한 무료 셔틀버스를 매일 운행한다. 하루 세 차례 리조트와 공항 사이를 운행하며 면세점과 시내를 경유한다. 첫 번째, 두 번째 버스와 마지막 버스는 경유하는 곳이 서로 다르니 리조트의 네비게이터 데스크에서 반드시 스케줄과 코스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하이난 산야三亚 여행
하이난은 크게 북쪽의 하이커우와 남쪽의 산야로 구분된다. 두 곳 모두 국제공항을 갖고 있는 큰 도시들이자 아름다운 휴양지로 유명한 곳들이다. 하지만 국내에 소개된 하이난 여행지들은 대부분 하이난 최남단의 산야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산야베이, 대동해, 야롱베이와 같은 아름다운 해변들, 오랜 중국의 문화와 하이난의 전통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다양한 문화유산들 그리고 오늘날 하이난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현장들이 조화를 이뤄 뜻밖에도 볼거리가 많은 관광도시이다. 이 여름 산야 여행을 하는데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단연 숨 막히는 무더위를 꼽을 수 있다. 때문에 리조트에 머물며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 여유롭게 한 군데씩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면 리조트 차량이나 택시를 빌려 하루쯤 이곳저곳 둘러보는 것도 방법. 아무리 매력적인 여행지도 온 몸을 파고드는 땡볕 아래에서는 짜증스러운 곳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 잊지 말자.
하이난에는 내가 있다. 오지주도蜈支洲岛
리조트에 머물며 가보고 싶은 곳 몇 군데의 이름을 골랐다. 세 곳쯤을 추려 리조트에 있는 현지 여행 전문가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가장 먼저 꼽은 곳은 오지주도. 휴양지에서 또 다른 휴양지를 보러 간다는 것이 그리 내키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상기된 그녀의 표정에서 뭔지 모를 진심과 확신이 보였다.
강력한 햇볕이 내리쬐는 아침, 큰 맘 먹고 길을 나섰다. 오지주도로 들어가는 관문인 선착장 안은 뜻밖에도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미 다녀온 다른 여행지 풍경과는 달리 젊은 남녀의 모습이 유독 많이 보이는 점은 특이하기까지 했다. 쾌속선이 데려다준 오지주도는 첫인상부터 어딘지 다른 모습. 어두웠던 사진을 보정이라도 한 것 마냥 갑자기 시야의 모든 것이 밝아졌다. 에메랄드빛 바닷물도 하얀 모래사장도 파란 하늘도 그리고 사람들도.
오지주도 선착장을 빠져나오면서 바다 위에 놓인 누각과 그 누각을 이어주는 다리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했다. 내가 중국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그 모습에 이끌려 방향을 잡았다. 다리의 입구는 오지주도에서 가장 뜨거운 곳. 태양이 아닌 사랑에 의해. 키스를 하는 남녀의 조각상 앞에서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 연인들. 그런 황홀한 키스의 순간을 기약하며 오늘을 남기는 이들의 함박웃음. 여행 내내 쫓아다니던 더위를 잊고 이 섬을 돌아볼 수 있는 기운이 샘솟아 오르는 묘한 곳이 되어준 곳, 정인교情人校.
해변으로 내려왔다. 바다와 모래사장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져가고 있는 현장의 발견. 한없이 투명한 바닷물과 해를 머금어 더욱 짙은 하얀색이 되어버린 모래사장이 만나는 지점은 블루도 아닌 화이트도 아닌 내 머리가 알지 못하던 색이었다. 오지주도는 섬 안의 모든 사랑의 기운을 모아 새로운 색을 만들어낸 것 같았다. 그곳에 연인이, 친구들이 그리고 가족의 따스한 가슴이 새겨져 있다.
입장료 : 1인 152위안(쾌속선 포함)
복은 동해에서 빌고, 장수는 남산에서 빈다
중국 국가 여유국이 지정한 국가5A급 AAAAA 관광지 남산사를 찾았다.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사찰과 뭐가 그리 다를까 싶었지만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최고의 관광지라는 점에 이끌려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절집 구경치고는 너무나 비싼 입장료에 정신이 다 혼미해졌지만 또 다시 국가5A급 관광지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으며 경내로 들어섰다.
입구를 지나 얼마간 걸으며 맞이한 풍경은 사찰 보다는 공원이라는 표현이 훨씬 더 잘 어울려 보였다. 게다가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투어열차가 쉴 새 없이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니 마치 소풍이라도 온 것 같은 기분. 때문인지 사찰 안에 들어가서도 그리 엄숙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의 사찰과는 많이 다른 황금색 지붕 그리고 붉은색의 기둥과 장식들. 짙은 연기를 모락모락 피어내는 커다란 향이 수도 없이 꽂힌 모습들이 그저 흥미로울 뿐이었다.
일본에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수차례 거친 파도와 싸우며 바다를 건너던 감진 스님의 흔적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남산사. 이곳을 대표하는 명물이 드디어 눈앞에 나타났다. 불교의 108번뇌를 형상화해서 그 높이가 108미터가 되었다는 엄청난 높이의 해수관음상. 흔히 뉴욕의 자유여신상과 많이 비교를 하는데 그 속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중국 고위층 자녀들의 모임인 태자당의 당주가 남산사에 자유여신상보다 더 큰 불상을 지으려고 바다를 메우려 했지만 계속 실패를 거듭했는데, 불교를 믿어보라는 남산사 주지스님의 권유에 따라 일주일간 하루에 8시간씩 불공을 드렸고 거칠었던 바다가 잔잔해져 매립작업에 성공하여 지금의 해수관음상을 세울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해수관음상 앞까지 이어지는 다리에서 거대한 불상을 바라보고 있을 때 한 수도자가 나타났다. 여기저기 기워 거적때기가 다 되어버린 가사를 걸치고 삼보일배를 수행하며 해수관음상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 남산사의 경건함이 해수관음상의 얼굴 위로 홀연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입장료 : 1인 126위안
하이난 역사에서 가장 멋진 관광지, 대소동천大小洞天
남산사를 나와 또 하나의 국가5A급 명승지로 향했다. 차로 약 10여분, 남산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왠지 산속 깊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던 이곳은 기원전 1187년 남송대에 세워진 도가문화와 용문화의 산실 대소동천이다.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니 한쪽으로 많은 사진들이 질서정연하게 걸려있다. 과거 이곳을 방문한 유명 인사들과 다양한 행사 사진들로 대소동천의 유명세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 바로 눈앞에 또 하나의 매표소가 나타났다. 푹푹 찌는 날씨 때문인지 모두가 표를 사서 전동카트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있었다. 눈앞에 울창한 야자수 숲과 멋진 바다가 보였지만 이곳의 규모를 짐작할 수가 없어 우선 전동카트를 타고 내부를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웨딩 사진 콘테스트라도 열리는 걸까. 여기저기에 신랑신부 복장을 한 커플이 갖가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만큼 이곳이 뛰어난 경치를 갖고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하니 기대감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었다.
전동카트는 멋진 바다 앞에서 우리를 내려주었다. 하지만 바다 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신선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대한 바위 조각. 그 옛날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만든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모습이 길을 따라 하나 둘 이어졌다. 해변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 같은 기이한 형상의 암석들이 독특한 해안가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커다란 바위 위에는 붉은 글씨들이 새겨져 저마다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 듯 했다. 중간에 만나는 안내판에는 어설프지만 한글로도 설명이 되어있어 간단하게나마 내용을 알 수 있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소동천小洞天’이라 새겨진 거대한 바위 앞. 바위 아래로 작은 자연굴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곳에 몇 가지 길한 전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너도 나도 허리를 숙여 굴 안에 들어갔다 나오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동천은 어디 있을까 궁금했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과연 대동천은 어떤 곳일까. 어쩌면 그곳은 우리가 늘 꿈꾸며 살고 있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저 먼 하늘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입장료 : 1인 113위안
전동카트 : 1인 15위안
산야 최고의 해변, 야롱베이
산야베이, 대동해, 하이탕베이 그리고 야롱베이는 산야를 대표하는 해안지역들이다. 모두 아름다운 해변을 갖고 있고 세계적인 리조트와 다양한 볼거리, 상업시설들이 들어서 저마다의 특징들을 갖추고 있지만 하이난 사람들은 그래도 바다는 야롱베이가 최고라고 얘기한다. 그 이유가 궁금해 야롱베이의 해변을 찾기로 했다.
일요일 오후 택시 기사나 내려준 곳은 ‘Yalong bay underwater world' 앞. 우리네 여름 해수욕장 입구의 분위기와 거의 흡사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로 물속으로 뛰어 들어갈 것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진짜 해수욕장에 왔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든다. 리조트 앞의 해변과는 완연하게 다른 풍경. 북적북적 대는 해안가에는 작은 식당과 기념품 가게, 음료와 빙수를 파는 노점 등이 늘어섰다. 바비큐를 해먹을만한 꼬치와 길거리 음식들을 파는 가게의 호객꾼들이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식당 곳곳에는 음식과 맥주를 앞에 두고 웃고 떠드는 사람들로 화기애애하다. 드넓은 바다에는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등이 빠르게 물살을 가르며 하얀 물보라를 만들어내고 하늘에는 패러글라이딩을 탄 사람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즐기며 해변을 걷다가 배를 타고 바다를 구경하는데 10위안이라는 안내판을 발견했다. 바다에 떠있는 선착장으로 가는 다리 입구에서 10위안을 내고 다리를 건넜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또 다른 안내원은 나를 선착장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고 자신의 앞에 있는 벤치에 앉으라고 했다. 배는 오지 않았고 나는 그 안내원과 말이 통하지 않는 답답한 대화를 나누다 그가 시작한 필담으로 모든 이유를 알게 됐다. 10위안은 그저 다리를 건너는 비용이었던 것.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나와 그는 박장대소를 하며 어깨동무를 한 채 사진을 찍었다. 야롱베이는 나에게 그렇게 남았다. 현지인들의 따스한 정이 있는 곳, 그래서 어느 곳 보다 더 아름다운 곳, 바로 야롱베이다.
밤의 낭만, 대동해
해가 어수룩해지는 시간 대동해로 향했다. 이름난 해변 중 하나라는 사실이 무색하지 않게 늦은 시간에도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길게 뻗은 해변의 카페와 레스토랑은 크고 작은 조명을 켜고 손님을 맞을 테이블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그쯤에서 저녁을 먹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우선 인근의 쇼핑몰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시간쯤 지나 밖으로 나오자 어둠은 이미 짙게 깔려있었다. 다시 해변으로 돌아가려는 길, 가까운 곳에서 흥겨운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작정 그 소리를 따라 간 곳은 그리 크지 않은 광장.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음악에 맞춰 스텝을 옮기고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추고 있었다. 오래 전 상해에서 봤던 비슷한 광경이지만 좀 더 로맨틱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곳이 휴양지의 해변 앞이어서 일까. 또 다른 모습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해가 지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환한 불을 밝히고 발걸음을 유혹했다. 월미도를 떠올리게 하는 놀이공원, 수족관에 가득 찬 해산물이 맛있게 익어가는 냄새, 커다란 탱크에서 생산돼 나오는 큰 잔에 담긴 생맥주, 화려한 조명으로 무장한 해변의 카페거리. 불과 한 시간여 만에 완전히 달라진 대동해의 모습은 나를 긴 밤의 황홀함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의도적인 화려함이 아닌 까닭에 오히려 더욱 낭만적인 밤을 보낼 수 있었던 그곳을 떠나며 또 다른 밤을 기약하는 건 나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람이 그리울 땐, 야시장 탐방
리조트에 머무르며 마음껏 혼자만의 자유를 누리다 보면 문득 그리워지는 것이 있다. 복작복작한 곳이 그립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 마구 떠들고 싶은 맘도 간절해진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그럴 때 가장 좋은 곳이 재래시장 아닐까. 하이난에서는 특히 더위가 한풀 꺾인 밤에 돌아보는 야시장이 더욱 좋은 것 같다.
사실 야시장이 있는 줄 몰랐다. 리조트 직원에게 물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라는 푸싱제를 찾았다. 작은 상점들이 긴 터널을 이룬 그곳에는 아기자기하고 앙증맞은 각종 소품들이 걸려있었고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상표의 먹거리와 물건들이 불을 밝히고 손님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복작거린다 할만도 한데 내가 그리워하던 풍경은 아니었기에 발걸음을 자꾸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한참을 걷다가 우연히 보게 된 이정표에서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First Market'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고 어둠이 짙게 깔린 골목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눈앞에 그 어떤 곳보다도 활기가 넘치는 야시장이 나타났다. 제일 먼저 길거리 음식부터 맛을 봤다. 굴과 조개에 각종 양념을 얹어 불에 구워주는 그 음식은 야시장을 찾아낸 것만큼이나 만족스러운 맛. 꽤 큰 규모의 이 시장에 없는 것은 없었다. 잘만하면 좋은 물건을 아주 저렴하게 얻어갈 수도 있겠지만 흥정을 위한 언어 능력이 부족할 뿐. 그럼에도 두리안과 열대과일을 좋은 가격에 사서 돌아올 수 있었다. 그저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서로 통하지 않는 말을 주고받았을 뿐인데 마음속에 피어나던 그리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세상에서 가장 큰 면세점, CDF
하이난의 많은 리조트들이 면세점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China Duty Free'라는 이름의 이 면세점은 하이탕베이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면세점이라고 한다.
습기가 극에 달한 오후 리조트의 셔틀버스를 타고 면세점을 찾았다. 특별히 살 것도 없고 쇼핑에도 그다지 관심은 없지만 리조트에서 맞는 오후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이만한 곳도 없을 것 같았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바라본 CDF의 전경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규모는 말할 것도 없고 곡선미가 넘쳐흐르는 정면의 디자인은 마치 새롭게 문을 연 공항을 연상시킬 정도.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말이 피부 깊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3층 높이에 A동, B동으로 구분되어진 이 면세점에 입점한 브랜드는 대체 몇 개나 될까. 대략 20여 개의 제품군에 300여 개의 세계적인 명품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쇼핑만을 위한 공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들, 오락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 등도 함께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가장 관심 깊게 본 것은 면세점 건물 자체였다.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두 눈을 자극하는 이 건물의 건축학적 묘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특히 외부 중앙 광장의 풍경은 새로운 우주 안에 들어온 것 같은 특별한 멋을 뿜어냈다. 과감하게 비워버린 중앙 광장과 과감하게 열어놓은 광장의 천장은 중국이라는 이름의 위상을 좀 더 높이 바라보게 만드는 그들만의 자신감으로 비춰졌다.
산야의 오래된 사랑이야기, 로맨스파크
세계 3대 쇼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의 송성가무쇼. 중국 사람이라면 평생 한 번은 봐야한다는 그 쇼를 오래 전 항저우에서 본적이 있다. 한 마디 말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가슴은 뛰고 있었던 그 쇼를 하이난의 산야에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같은 레퍼토리로 구성된 쇼는 아니다. 송나라를 배경으로 산야의 역사가 담긴 극의 스토리에 따라 연출된 완전히 다른 쇼나 마찬가지다. 무려 4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됐다는 무대. 산야에 와서 보지 않고 간다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 분명했다.
태국에 온 것 같은 정문의 이국적인 구조물을 지나 공연장까지 중국의 옛 거리를 걸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한 무리의 공연단은 전통 복장을 입고 뜻밖에도 한국의 대중가요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어설픈 조화에 메인 쇼마저 걱정스러워지는 순간. 하지만 그리 좋은 자리의 표를 사지 않았음에도 한 가운데 괜찮은 위치의 좌석을 확인하고는 다시 오늘의 쇼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가고 있었다.
한 시간의 공연. 무대는 항저우의 그것에 못지않게 화려했고 극의 중간중간 어디서, 어떻게, 어떤 것이 나타날지 모르는 특유의 짜릿한 이벤트와 기묘하기까지 한 볼거리들은 업그레이드된 쇼를 선물해 주었다. 중국 특유의 웅장한 스케일은 이런 공연에 대한 목마름을 남겨줄 것이 분명했다. 하이난 여행 중 단 한 가지 비싸지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송성가무쇼, 이것 하나가 아닐까 싶다.
입장료 : 1인 260위안(일반석)
공연시간 : 오후 4시, 8시 1일 2회 공연
제공 : 모두투어(www.modetour.com, 1544-5252), TRAVEL MAGAZINE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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