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청량산에 있는 신라시대 고찰 청량사. 산비탈에 다소곳하게 자리한 절 앞으로 ‘3대 기악’ 중 하나로 꼽히는 청량산의 절경이 펼쳐져 있다.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여행지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즐길 거리, 볼거리 풍부한 매력적인 곳들이 사방에 있다. 잠시도 심심할 틈을 주지 않으려고 작정한 듯 감각적이고 다양한 최신의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가끔 유난스럽지 않은 소박한 정경들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경우가 있다.
영주 부석사 사천왕문 앞에 앉아 눈앞의 백두대간을 바라보는 방문객.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얼핏 심심할 수도 있지만, 여유롭게 마을과 절집 안마당을 거닐다 보면 시나브로 내 안으로 배어드는 느낌이 마냥 여유롭고 평화롭다. 그 슴슴함과 은근함이 좋아 또 찾고 싶게 만드는 ‘평냉’ 같은 고장들이다.
봉화 분천산타마을 전경.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조성한 마을로 시골 간이역을 중심으로 산타클로스 테마구역을 조성해 화제가 된 곳이다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봉화와 영주는 서로 이웃한 고장으로 사실상 동일 생활권이다. 봉화읍에서 영주 시내까지 버스로 10분 만에 갈 수 있다. 많은 봉화 주민과 학생들이 영주를 오가며 경제활동을 하거나 학교에 다닌다. 한때 두 고장은 통합논의도 있었을 정도로 가깝다.
태백산맥이 가로지르는 내륙에 있는 봉화는 인구 3만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지역이다. 어디서나 깊은 계곡과 높직한 산세가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산속 마을이 대부분이다.
분천역 앞에 조성한 산타클로스 조형물. 옆의 건물은 분천역 우체국으로 내부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봉화의 여러 마을 중에서 분천은 특히 산림 면적이 동네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산골에 자리했다. 분천은 백두대간에 자리한 간이역을 중심으로 산타클로스 마을이라는 테마공간을 조성해 유명세를 탔다. 분천에서는 낙동강 상류를 따라 철암과 분천 사이를 오가는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가 출발하는데, 역 안팎에 산타클로스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꾸민 분천산타마을이 있다. 산타의 고장으로 유명한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조성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장식과 소품으로 꾸민 분천역 산타우체국의 내부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분천역에는 매년 겨울(12월 ~2월)과 여름(7월~8월)에 산타마을을 개장한다. 2014년 처음 개장해 이제는 봉화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됐다.
분천역 주변에 있는 산타클로스와 순록 조형물. 앞에 붉은 코 사슴 루돌프 의 모습도 보인다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수려한 산세 덕분에 소금강으로도 불리는 봉화 청량산의 고찰 청량사. 가파른 산자락에 지은 절로 원효대사의 전설이 어려 있다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봉화 청량산은 수려한 경관과 장관을 이루는 기암괴석 덕분에 소금강으로 불려 온 명산이다. 경북 청송의 주왕산, 전남 월출산과 함께 대한민국 3대 기악(奇嶽)으로 꼽힐 정도로 모양새가 빼어나다.
봉화 청량사를 상징하는 오측석탑. 앞에 있는 금탑봉과 어우러져 멋진 절경을 이루고 있다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이중 퇴계의 청량산가에 나오는 6.6봉은 주봉인 장인봉을 비롯하여 외장인봉, 선학봉, 자란봉, 자소봉, 탁필봉, 연적봉, 연화봉, 향로봉, 경일봉, 금탑봉, 축융봉 등 12봉우리를 말한다. 신라 때 명필 김생이 서도를 닦았다는 김생굴을 포함하여 금강굴, 원효굴, 의상굴, 방야굴, 방장굴, 고운굴, 감생굴 등 8개 굴이 있다. 이 밖에도 최치원이 글을 읽었다는 독서대를 비롯하여 어풍대, 풍혈대 등의 12대가 있고, 최치원이 마시고 정신이 총명해졌다는 총명수와 감로수 등의 약수도 있다.
아담하지만 봉황산 산자락에 곱게 자리한 청량사 전경. 왼쪽 전각이 약사여래불을 모신 유리보전으로 현판은 고려 공민왕의 글씨라고 한다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청량산은 1982년 8월에 경상북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07년 3월에 청량사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공원 일부가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23호로 지정되었다. 공원 내에는 청량산박물관, 농경문화전시관, 관광안내소가 있다. 청량산박물관에서는 11월 24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기획전 ‘청량을 읊다’를 진행한다.
영주 부석사의 섬세한 건축과 조형미를 확인할 수 있는 안양문. 멀리서 보면 누각 안에 작은 부처를 모신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누각 안의 천정 장식과 빛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멋진 ‘착시’ 현상이다.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사실 영주 여행에서 부석사는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대표적인 명소다. 건축가들은 한국 전통 건축의 특성을 가장 간직한 사찰로 영주 부석사를 먼저 꼽는다고 한다.
하지만 봉황산 자락에 가뿐히 자리한 사찰 전경을 마주하면 그런 말로 전해준 명성이 실제 모습을 얼마나 멋없게 표현했는지 절감하게 된다. 부석사는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절집의 자태 자체가 멋진 곳이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내려다 본 전경. 동쪽의 문수산, 남쪽의 학가산, 서쪽의 소백산맥이 휘어드는 거대안 울타리 안에 부석사가 았는 봉황산이 자리하고 있어 명당으로 꼽힌다.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영주 부석사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무량수전. 국보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최순우 선생의 한국미 기행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서서’로 우리에게 무척 친숙하다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국보 5점, 보물 6점, 도 유형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10대 사찰 중 하나로 평일에도 많은 국내외 방문객들이 찾는다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마을을 3면으로 감싸 흐르는 내성천 위에 놓인 외나무다리가 유명한 영주 무섬마을. SNS 인증샷 명소로 인기가 높다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낙동강 줄기에 있는 마을 중에는 강물이 산에 막혀 큰 원형을 그리고 돌아가는 물돌이동에 형성된 마을이 여럿 있다.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라고 무섬마을이라 불리는 문수면 수도리도 그 가운데 하나다.
수도리는 고택과 정자를 보유한 옛 모습을 지닌 전통마을로 내성천이 마을의 3면을 감싸 안고 흐르고 있다. 풍수로 보면 매화꽃이 떨어진 모습을 닮은 매화낙지 또는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연하부수의 지형으로 명성과 덕망이 높은 자손이 많이 나온다는 명당이다.
영주 무섬마을의 고택과 카페. 원래 정식 지명은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이지만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라는 의미를 가진 무섬마을로 더 친숙하다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무섬마을의 명물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방문객들. 마을 사람들이 장보러 가거나 아이들이 학교 갈 때 이용했던 다리로 예전 3개였으나 지금은 2개만 남아 있다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주세붕이 조선 중종 때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전경.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라 있다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소수서원은 1543년 조선 중종 때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워 서원의 효시이자 최초의 사액서원이 된 곳이다. 건립 당시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으로 불렸는데 그 후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부임한 후 조정에 건의하여 소수서원으로 사액되었다. 사액서원은 나라로부터 책, 토지, 노비를 하사받아 면세, 면역의 특권을 가진 서원을 말한다.
영주 소수서원 앞을 천변 바위에 세겨진 백운동. 소수서원의 원래 이름 백운동서원은 이 지명에서 유래했다 봉화·영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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