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피겨스타 이름 딴 대회? ‘논란’

입력 2012-10-31 0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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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방한 당시 공연 중인 스타비스키-덴코바 조. 스포츠동아DB

2009년 방한 당시 공연 중인 스타비스키-덴코바 조. 스포츠동아DB

‘음주운전’ 피겨스타 이름 딴 대회 생긴다… 스타비스키컵 논란
[동아닷컴]

세계적인 피겨스타와 음주운전으로 과실치사를 저지른 운동선수, 두 모습의 스포츠 스타에게 우리는 어떤 평가를 내려야할까.

‘음주운전 피겨스타’ 막심 스타비스키(35)의 이름을 딴 지역대회가 신설됐다. 오는 12월 13-16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리는 이 B클래스 대회의 이름은 제1회 덴코바-스타비스키컵(이하 스타비스키컵). 불가리아 피겨 역사상 불멸의 스타였던 알베나 덴코바(38)-스타비스키 커플을 기리는 대회 명칭이다.

피겨 대회의 대부분은 지역 이름을 따지만, 종종 고국의 피겨 스타를 기리는 의미에서 그 이름을 딴 B클래스 피겨 대회들도 존재한다. 가령 김연아(22·고려대)가 은퇴한 뒤, 국내에서 열리는 B클래스 대회 이름에 ‘김연아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상상하면 된다.

이번에 신설된 덴코바-스타비스키컵은 남녀 싱글과 페어 부문 경기가 열리며 노비스부터 시니어까지 전 연령대의 선수들이 모두 출전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1930년대 피겨스타 칼 샤퍼추모대회는 2008년 이후 열리지 않았고, 영국의 1976년 세계선수권자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존 커리의 이름을 건 주니어 대회는 2010-11시즌까지만 열렸다. 따라서 이번 2012-13시즌에 열리는 '선수 이름을 딴 대회'는 스타비스키컵 외에는 10월 3-7일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온드레이 네펠라컵(1993년 시작), 다음달 16-18일 체코에서 열리는 파벨 로만컵(2002년 시작), 내년 2월 14-17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헬무트 세이브트컵(1997년 시작) 등 3개다.

스타비스키와 덴코바는 2006-2007 세계선수권 아이스댄스 부문 2연패를 달성한 당시 피겨계의 슈퍼스타였다. 러시아 태생인 스타비스키는 불가리아 출신 덴코바와 콤비를 이뤄 불가리아 대표로 출전한 끝에 결혼에도 골인했다. 이들은 그 공으로 정부로부터 최고 훈장을 받았고, 덴코바는 현역 선수이면서도 피겨연맹 회장을 겸하는 등 파격적인 대우도 받았다. 국내 대회 10년 연속 우승도 차지했다. 두 사람은 올림픽에는 2006 토리노 대회까지 3번 출전해 각각 18위-5위-7위를 기록했다. 때문에 올림픽 메달에 대한 간절함과 미련이 남아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도 출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스타비스키의 음주운전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스타비스키는 2007년 8월 6일, 평생의 오점이 될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혈중 알콜농도는 무려 1.24%. 스타비스키와 충돌한 차량의 운전자가 사망하고 동승자 3명이 중상을 입은 대형 사고였다. 형사고발된 스타비스키는 '부끄러워 사람들을 볼 낯이 없다. 어떤 벌이라도 받겠다. 더 이상 선수생활은 할 수 없다'라며 즉각 혐의를 인정하고 은퇴했다.

당시 스타비스키에게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사고 지점으로부터 500m 전, 경찰에 의해 주의 운전을 당부받았다는 것. 그러나 스타비스키의 충돌사고 당시 속도는 무려 시속 100km에 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그는 2009년 2년 6개월의 징역에 대한 집행유예와 사망자 피해보상금 10만 레바(당시 약 8500만 원)의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많은 피겨팬들의 격려 속에 2009년까지 아이스쇼에서 간간히 모습을 비췄다. 2009년 당시 방한해 ‘아이스 올스타즈’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동안 덴코바는 불가리아 빙상연맹의 자금 유용 사태에 휘말려 회장직을 사퇴하는 등의 곡절을 겪었다. 2010년 이후에는 덴코바가 임신을 하면서 이들은 아이스쇼에서도 모습을 감췄다.

불가리아 빙상연맹은 현재까지도 자국 역대 유일의 유럽 및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인 이들을 기리는 의미에서 이 같은 대회를 신설한 것으로 보인다. 스타비스키-덴코바 조가 이 같은 대우를 받을 만한 커플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들의 불명예스러운 전력으로 인해 대회 창설의 의미도 퇴색하게 됐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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