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스포츠동아DB
레버쿠젠 역대 최고 이적료에 걸맞는 활약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확실한 에이스 역
차범근 “현역시절 날 보는 듯” 후계자 인정
화끈한 신고식이었다. 올 시즌 바이엘 레버쿠전에 둥지를 튼 손흥민(21)이 11일(한국시간) 레버쿠젠의 홈구장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SC프라이부르크와 2013∼2014시즌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하며 소속 팀의 3-1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손흥민은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2분 짜릿한 득점을 터뜨려 화려한 비상을 알렸다.
● 120% 적응, 우려는 없다!
함부르크에서 성공적인 시간을 보낸 손흥민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레버쿠젠 이적을 확정했다. 꾸준한 출격과 유럽 클럽 대항전 출전이란 이적 원칙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런 면에서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낸 레버쿠젠은 최상의 선택이었다. 우려도 있었다. 이적료 1000만 유로(약 150억 원)는 레버쿠젠의 역대 최고액이다. 기대감 못지않게 그만한 투자 가치가 있느냐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프리시즌부터 펄펄 난 손흥민은 개막전에 왼쪽 윙 포워드로 선발 출격,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와 과감한 슛으로 분위기를 끌어왔다. 전반 상대 수비수를 따돌린 뒤 시도한 두 차례의 오른발 슛도 훌륭했지만 후반 시작과 함께 후방 침투 패스를 잡은 시드니 샘이 우측면 돌파 후 문전에서 흘려준 패스를 왼발로 밀어 넣어 골을 완성한 장면은 백미였다. 본인이 슛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더 좋은 찬스를 엮어준 동료들의 도움은 전방과 측면을 두루 오가면서 외롭게 공격을 풀어가던 함부르크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선수단 내 신뢰와 팀 전술에 확실히 녹아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손흥민은 4일 리프슈타트(4부 리그)와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에서 1골1도움에 이어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에 성공하며 확실한 에이스로 떠올랐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레버쿠젠이 손흥민의 가세로 역대 최고 성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는데, 그 기대감을 120% 충족시켰다.
● 새로운 전설을 향해
손흥민은 2012∼2013시즌 12골로 차범근 SBS해설위원이 레버쿠젠에서 현역으로 뛰던 1985∼1986시즌 역대 유럽 진출 한국인 최다 골(17득점)에 근접했다. 그래서일까. 최근 차 위원도 손흥민에 대해 “마치 현역 시절의 날 보는 느낌”이라고 극찬했다. 이른 바 후계자 공식 인증이었다. 손흥민도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대선배가 남긴 업적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차붐’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고무적인 건 손흥민은 독일 진출 후 한 번도 가치가 하락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독일의 유럽 축구 시장가치 전문 매체 트란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손흥민이 본격 활동하기 시작한 2010년 8월(15만 유로·약 2억2000만 원)부터 올해 6월(1400만 유로·약 208억3000만 원)까지 가파른 몸값 상승을 보였다. 2012∼2013시즌 초만 해도 450만 유로(약 67억 원)였는데, 1년 새 3배 이상 껑충 뛰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