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의 ‘38’ 플랜

입력 2014-08-1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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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시즌 중 가용인원…1군 + 2군 중점 육성선수
탄탄한 2군 운영시스템…위기 때마다 대처


넥센 염경엽 감독(사진)은 ‘38’이라는 숫자를 머리에 새기고 시즌에 들어간다. ‘38’은 그해 염 감독이 1군에서 최소 1번 이상 쓰기로 생각한 최대선수 숫자다. 염 감독은 “가용인원이 38명을 넘어가면 내가 세워놓은 시즌 전 계획이 어딘가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의 40인 엔트리와 같은 개념이다.

“선수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감독들이 곧잘 눈에 띈다. 그러나 없는 가운데서도 상황을 타개하라고 감독이 있는 것이다. 넥센 구단과 염 감독이 짜놓은 2군 운영 시스템을 보면 선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선수를 키울 줄 모르는 일부 감독들의 ‘투정’이 옹색하게 여겨질 뿐이다.


● 2군은 무얼 하는 곳이어야 하는가?

넥센은 1군 이외 선수들을 ‘중점 육성선수’, ‘미래 육성선수’, ‘운영선수’로 나눈다. 선수들도 자기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도록 공개한다. 중점 육성선수는 당장 1군에서 구멍이 생기면 바로 들어와서 메울 수 있는 즉시전력감을 의미한다. 미래 육성선수는 3년 안팎의 장기계획에 따라 군 입대까지 고려해 움직인다. 끝으로 운영선수는 이도저도 아닌 언제든 방출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운영선수로 지정된 선수는 스스로 분발해서 중점 육성선수가 되지 않는 한, 언제든 넥센에서 쫓겨날 수 있다.

1군선수와 중점 육성선수가 염 감독의 ‘38’명 리스트를 이룬다. 그런데 올해 염 감독은 38의 마지노선을 깼다. 넥센이 2위로서 잘 나가고 있지만 염 감독이 “늘 불안하다”고 경계하는 이유다. 38이 깨진 것은 토종선발들이 롱런하지 못한 탓이었다. 염 감독은 “시즌 전 설정한 토종선발들이 무너질 상황을 대비해 최대 9명의 대안을 준비해놨는데 다 써버리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 중 일부는 끝까지 아끼려 했던 미래 육성선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돌려 막기 덕분에 넥센이 취약한 선발진의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었다. 고비를 넘기자 선수들이 알아서 해주고 있다. 염 감독의 성공 비결은 ‘리스크 관리’에 있었다. 자원이 없다고 낙담하지 않고, 항상 최악을 대비한 습관의 결과다.


● 박병호는 박병호고, 서건창은 서건창이다


긴 시즌을 치르는 동안 1군에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 결함이 발생할지 모른다. 선발이 아쉬울 때, 불펜이 모자랄 때, 4번타자가 다칠 때, 수비수가 필요할 때 천차만별이다. 그런 모든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2군은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 염 감독의 ‘철학’이다.

그러려면 제2의 박병호가 될 재목, 제2의 서건창의 싹수를 보이는 선수를 맞춤형으로 육성해야 된다는 지론이다. 옛날 방식처럼 2군 데이터가 잠깐 좋다고 당장 끌어다 쓰는 주먹구구식 운용법으로는 준비가 안 된 채 1군에 올라온 선수만 망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2군 코치들의 역할이 커지게 된다. 염 감독이 지독할 정도로 코치들을 몰아붙이는 이유는 그만큼의 권한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제 넥센처럼 2군을 운용하는 구단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2군은 ‘1군에서 밀려난 패배자들의 집합소’처럼 여기는 구단도 엄연히 있다. 선수가 없다고? 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으려 않는 패배주의가 팀을 망가뜨린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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