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 사진제공|KLPGA
박세리 “내 이름 건 첫 대회…더 좋은 대회 만들 것”
원조 ‘골프여왕’ 박세리(37)와 ‘세리 키즈’의 대결로 관심은 모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총상금 6억원)에서 이민영(22·사진)이 연장 접전 끝에 우승했다.
이민영은 4일 경기도 이천 솔모로골프장 메이플·파인코스(파72)에서 막을 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합계 3언더파 213타를 쳐 김민선(19·CJ오쇼핑), 정희원(23·파인테크닉스)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5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4월 롯데마트 여자오픈 이후 6개월 만에 시즌 2승째다.
올 시즌 가장 긴 승부였다. 연장 1·2번째 홀까지는 팽팽했다. 3명 모두 파를 기록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3번째 연장에서 정희원이 보기를 적어내며 가장 먼저 탈락했다. 김민선은 3·4번째 연장에서 1m 남짓한 짧은 버디 퍼트를 실수하면서 프로 첫 우승의 기회를 놓쳤다. 4번째 연장까지 파 세이브를 하며 기회를 엿본 이민영은 5번째 연장에서 웃었다. 2번째 샷을 홀 1.5m에 붙인 뒤 버디를 성공시켜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명승부도 관심을 끌었지만, 박세리의 이름을 걸고 펼쳐진 첫 대회란 점에서 여느 대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영웅’이자 ‘살아 있는 전설’과의 만남이 더욱 특별했다. 이민영은 “꼭 우승하고 싶었던 대회다. 박세리 언니를 보면서 골프를 시작했고 오늘 우승으로 박세리 언니가 내 이름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경기가 끝난 뒤 ‘축하한다. 너무 고생했고 춥지 않았냐’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너무 기분 좋다”며 활짝 웃었다.
이민영도 세리 키즈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초등학교 때 박세리 언니가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서 샷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 저런 골프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가능하면 LPGA 투어에 가서 박세리 언니가 걸어간 길을 따라가고 싶다. 위대한 업적을 이룬 분이고 나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공동 12위(2오버파 218타)로 대회를 마친 백규정(19·CJ오쇼핑)도 성적에 대한 아쉬움보다 박세리와의 만남에 더 큰 의미를 부였다. 백규정은 “콧물 흘리며 쫓아다녔던 영웅이었는데, 이렇게 같은 무대에서 경기하니 너무 설렌다”며 즐거워했다.
박세리는 후배들을 위해 더욱 멋진 대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세리는 “올해는 처음 개최하느라 조금 준비가 미흡했던 점도 있다. 내년엔 좀더 좋은 대회를 만들 수 있도록 더 많이 신경 쓰고 노력하겠다”며 “그러나 이번 대회는 정말 좋은 추억이 됐다. 나는 못 쳤지만, 1라운드에서 함께 경기한 장하나와 전인지가 너무 잘 쳐서 두 선수의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천|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