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르도 라틀리프는 모비스가 2014∼2015시즌 선두를 질주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3시즌 연속 KBL에서 뛰고 있는 그는 꾸준한 성장세 속에 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선수로 자리 잡았다. 사진제공|KBL
어려운 형편에도 ‘조던 농구화’ 사준 모정
한국서 번 돈으로 지난 여름 집 장만 효도
여자친구 임신…부양가족 늘어 더 책임감
남자프로농구 선두 모비스의 외국인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25)는 올 시즌 30경기에 출전해 평균 18.2점·9.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팀의 기둥인 그는 가족의 기둥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3년째 뛰면서 프로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자신의 모친을 비롯해 형제들을 먹여 살리는 ‘청년 가장’이다.
● 가난해도 농구선수 아들만은 챙긴 어머니
라틀리프는 어린 시절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의 모친은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생업에 뛰어들었다. 밤낮으로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자식들을 돌봤다. 라틀리프는 중학교 때부터 농구선수생활을 시작했다. 하루 끼니도 힘겹게 해결하는 가정형편이었지만, 어머니는 돈을 아껴놓았다가 1년에 한두 차례씩 둘째 아들을 위해 고급 농구화를 선물했다. 라틀리프는 “아들이 농구를 하는데 헌 농구화를 신고 뛰는 모습이 어머니에게는 아픔이었던 것 같다. 선수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어머니가 아껴둔 돈으로 ‘조던 농구화’를 사주고는 했다. 집이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었다”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라틀리프는 2011년 미주리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1 KBL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해 전체 6순위로 모비스에 입단했다. 성실함을 인정받아 모비스에 3시즌째 몸담고 있다. 그는 모비스에서 받는 월급 중 자신의 생활비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집으로 송금한다. 모친은 아들이 벌어온 돈을 알뜰하게 모았고, 지난 여름 고향 버지니아에 새 집을 장만했다. 라틀리프는 “집을 산 뒤 어머니의 자랑거리가 더 늘었다. 동네를 지나다가 지인이라도 만나면 ‘우리 아들이 한국에서 프로농구선수를 하고 있는데, 돈도 많이 벌어서 집도 사줬다’며 끊임없이 자랑한다. 내가 그만하라고 말리기도 했다. 어머니는 내 최고의 팬이다”며 웃었다.
● 자식사랑도 모전자전!
라틀리프는 내년 3월이면 아빠가 된다.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여자친구가 임신 중이다. 그는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한국에 더 머물며 출산하자는 뜻을 전했다. 이미 모친과 큰 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그에게 부양가족이 더 늘어난 것이다. 라틀리프는 “여자친구에게 ‘내가 먹여 살릴 테니 일을 그만두고 한국에서 아이를 낳자’고 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란 영향 때문인지 3월이면 태어날 딸을 곁에 두고 아빠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여자친구도 부탁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여자친구에 딸까지 먹여 살려야 한다. 책임감을 느낀다. 더 열심히 운동하면서 프로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