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DB
kt 조범현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선수단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3일 수원 KIA전에 앞서 주포 김상현(35)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특별한 이유가 없기에 더욱 의아할 수 있는 2군행이다. 부상이나 부진이 이유가 아니다. 김상현은 전날 인천 SK전에서도 2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하며, 지난달 25일 LG전부터 6연속경기 안타를 기록 중이었다.
올 시즌 성적은 76경기서 타율 0.266(278타수 74안타) 15홈런 48타점. 최근 10경기서도 타율 0.300(40타수 12안타)을 기록했다. SK와의 2연전에선 이틀 연속 장타가 나왔다. 1일 경기에서 솔로홈런, 2일 경기에서는 2루타를 날렸다.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만난 조 감독은 “못해서 내려 보냈지”라며 말을 아꼈다. 앤디 마르테, 댄블랙과 함께 클린업 트리오를 이루는 김상현에게 기대치가 클 수는 있다. 하지만 정작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잠시 입을 닫았던 조 감독은 이내 “인터뷰할 때는 다들 ‘팀을 위해서’란 말을 잘 하는데 왜 못 지키나”라며 입맛을 다셨다. 바로 ‘팀플레이’에 대한 부분이었다. 김상현의 스윙을 봤을 때, 팀 배팅보다는 개인의 욕심이 앞서는 걸 본 것이다. 김상현은 전날 경기에서도 3회 1사 만루 찬스에서 2구만에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고 말았다.
조 감독은 “팀을 생각하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한 명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모두가 팀을 생각해야 한다. 야구는 팀 스포츠”라며 “물론 절실하고 팀플레이를 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마음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나만 생각하는 것 같다. 고참급 선수들은 특히 공동체 의식을 갖고 팀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김상현을 비롯한 kt 고참들에게 메시지를 주고자, 칼을 빼든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김상현을 잘 아는 사령탑이다. 지난 2009년 KIA를 우승시킨 주역과 감독으로, 4년 만에 신생팀 kt에서 재회했다. 선수는 당장의 2군행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승은 변화를 위해 채찍을 들었다. 과연 김상현과 kt 선수단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일단 kt는 이날 KIA를 10-3으로 대파하면서 상대전적 8패 끝에 값진 첫 승을 수확했다.
수원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