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라이온스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2회초 2사 1루 두산 김현수가 중전 안타를 치고 있다. 대구|김종원기자 won@donga.com
“한때는 내가 경기에 안 나가고 팀이 이기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두산 김현수(27)에게 가을은 유독 추웠다. 스스로를 “역적”이라고 칭할 정도로 포스트시즌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 가을에는 트라우마를 완전히 털어냈다. 변화의 시작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는 “경기에 나가는 게 감사하다고 할까. 지금은 그저 경기에 나가는 게 좋다. 야구를 더 하는 게 좋고, 경기를 즐기자고 생각하고 있다.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에게 한국시리즈(KS)는 이번이 4번째다. 지난해까지 KS 무대는 김현수에게 잔인하기만 했다. 성적도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7(69타수 15안타)에 1홈런 3타점으로 저조했다. 2008년 SK와의 KS에선 9회 만루서 잇달아 병살타를 치며 눈물을 흘렸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NC 김경문 감독은 “(김)현수가 가을무대에 다시 서서 제 역할을 하기까지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마음으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나는 안다”고 헤아렸다.
김현수도 답답했다. 국가대항전에선 펄펄 날다가도 포스트시즌만 들어가면 자신도 모르게 작아졌다. 그러나 올해는 가을무대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털어낸 모습이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4경기와 NC와의 PO 5경기에서 총 8타점을 올리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PO 5차전에선 2타점 결승타를 때리며 팀을 KS로 이끌었다.
김현수는 “한때는 내가 경기에 안 나가고 팀이 이기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역적이 되더라도 좋으니 경기에 나가고 싶다”며 “그동안 게임에 나가 즐기지 못하다 보니 원래 하던 것도 제대로 못 했던 것 같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얻은 노하우는 다른 게 없다. 즐기는 것이다. 이는 경험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최대한 즐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팀의 장점은 ‘져도 본전’이라는 것이다. 잃을 게 없으니 매 경기가 보너스 같고, 매 경기가 즐겁다”며 웃어보였다.
대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