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K·K·K·K…승리 지킨 차우찬

입력 2015-10-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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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차우찬(왼쪽)이 26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의 KS 1차전에서 1.2이닝 무실점으로 9-8 승리를 지킨 뒤 유격수 김상수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대구|김종원 기자 won@donga.com

KS1차전 8회초 1사 1·3루 위기서 등판
1.2이닝 4K 무실점…데뷔 첫 KS 세이브


‘차우찬 시리즈’의 서막이 올랐다. 올 가을 삼성 마운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왼손투수 차우찬(28)이 이보다 더 믿음직스러울 수 없는 모습으로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차우찬은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1.2이닝 무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삼성의 9-8 승리를 지켜내며 데뷔 후 첫 KS 세이브를 올렸다. 팀의 짜릿한 역전 드라마에 가장 완벽한 마침표를 찍었다. KS 1차전 데일리 MVP도 차우찬의 몫이었다.

올해 KS에 나서는 차우찬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팀 내 최다 승리, 최다 홀드, 최다 세이브 투수가 모두 빠진 채 시작한 가을잔치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차우찬이 선발과 불펜, 마무리로 전천후 활약을 해줘야 한다”고 이미 공표했다. 차우찬이 메워야 할 자리는 하나가 아니라 셋이라는 의미다.

마치 하늘이 시험지라도 내밀 듯, 첫 판부터 차우찬이 나서야 할 상황이 만들어졌다. 삼성이 7회말에만 5점을 뽑아 4-8에서 9-8로 역전에 성공한 뒤였다. 삼성은 8회초 1사 후 백정현을 내리고 필승불펜 심창민을 올렸지만, 허경민에게 중전안타, 민병헌에게 우중간안타를 연속으로 내줘 1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외야플라이 한 방이면 다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 타석에는 두산이 자랑하는 왼손 4번타자 김현수가 나설 차례였다.

이 순간 차우찬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가 김현수를 잡아내기까지 필요했던 공은 단 3개. 김현수가 차우찬의 3구째 직구(144km)에 헛스윙하면서 첫 번째 위기를 넘겼다. 다음 타자 양의지도 2구째 직구(144km)를 잡아 당겼다. 타구는 3루수 박석민의 글러브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9회초 역시 차우찬이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홍성흔이 삼진, 대타 데이빈슨 로메로가 삼진으로 연이어 돌아섰다. 다음 타자 박건우가 볼넷으로 걸어 나갔지만, 마지막 타자인 대타 고영민도 풀카운트에서 6구째 직구(147km)에 배트를 헛돌렸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고, 차우찬은 주먹을 불끈 쥐며 첫 세이브를 자축했다.

차우찬이 올 한 해 얼마나 듬직한 투수로 성장했는지 한 눈에 보여준 장면이다. 그는 붙박이 선발투수로 본격 전환한 올해 13승(7패)을 올렸다. 173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 194개를 잡아내 데뷔 이후 처음으로 탈삼진 타이틀까지 챙겼다. 이날도 차우찬이 잡아낸 아웃카운트 5개 가운데 4개가 삼진이었다.

물론 차우찬의 활약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도 불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삼성이 만약 2·3차전을 내주고 수세에 몰린다면 4차전 선발투수로도 대기해야 한다. 올 가을 삼성 마운드의 앞, 중간, 뒤를 모두 책임져야 할 차우찬의 왼쪽 어깨가 마침내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했다”

삼성 차우찬

3주 동안 준비 잘 했다. 구위도 좋았다. 8회 1사 1·3루서 마운드에 올라갈 때 코치님이 삼진 잡으라고 얘기한 걸 생각하면서 던졌다. 직구가 괜찮으니까 하이볼로 던지자고 했고,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가 잘 나왔다. 8회든, 9회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1점차였고 공 하나 하나가 중요해서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한 것 같다. 키플레이어에 대한 부담감은 없고 책임감은 있다.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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