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호 코치 “주루플레이 가르치려하면 안돼…도우미 역할만”

입력 2015-11-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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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대표팀 김평호 코치(왼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대표팀과 첫 인연’ 김평호 1루 코치


“상대선수 자료·습관 분석해 바로 활용
한국야구 좋은성적 내는데 일조하겠다”


주루 분야 최고 스페셜리스트이지만,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다. 처음 태극마크를 단 ‘도루왕 메이커’ 김평호 삼성 1루코치(52)를 대만 타이베이에서 만났다. 그는 “나이 오십이 넘어 처음 국가대표가 됐다. 신기하기도 하고, 굉장히 가슴이 벅차다”며 활짝 웃었다.

1986년 해태에 입단해 통산 458경기에 출전한 그는 1991시즌 쌍방울에서 도루 3위(34개)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도자로는 달랐다. 두산에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정수근을 4년 연속 도루왕으로 이끌었고, 2005년 삼성으로 옮긴 뒤 ‘느림보’였던 팀에 ‘도루 DNA’를 심었다. 2012년 KIA에선 이용규의 생애 첫 도루왕을 도왔고, 지난해와 올해는 삼성으로 돌아가 2년 연속 도루왕(김상수-박해민)을 배출했다.

주루코치로 7차례 도루왕을 만든 이면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김 코치는 “하루 5경기, 올해 720경기를 전부 다 봤다. 그동안 사비를 털어 만든 분석프로그램에 따라 필요한 부분은 컴퓨터에 다시 옮기는 작업을 매일 했다. 지겹거나 짜증날 때도 있었지만, 경기에서 써먹으면 흐뭇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 코치의 주된 임무는 투수의 습관을 간파해 주자에게 빈틈을 노릴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분석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대표팀에선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그는 “없는 환경에서도 만들어야 한다. 대회를 치르면서 얻는 자료나 경기 중에 습관을 캐치해 바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코치는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선수를 가르치려고 해선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선수가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내 스스로 공부를 많이 하고, 발전하게 된 계기였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선수와 한 몸이 된다”고 지도철학을 밝혔다.

도루 분야를 이끄는 지도자로서 사명감도 크다. 그는 “상대를 알아야 하기에 여전히 할 일이 많다. 또 감독님들이 믿고 맡겨주시기에 노력하지 않을 수가 없다. 믿음에 부응해야 하니 스트레스나 압박감을 받는 것도 사실”이라며 “내 일이니까 이겨내야 한다. 대표팀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좋은 성적을 내서 한국야구에 일조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타이베이(대만)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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