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처럼, 든든한 베테랑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올 시즌 삼성의 포인트가드로 변신한 주희정이 농구선수로서 ‘끝물’임에도 다시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는 이유는 땀과 눈물로 누구보다 더 열심히 뛰고 있는 덕분이다. 사진제공|KBL
연습생으로 프로 시작한 ‘살아있는 전설’
“연습슛만 150만개”…3점슛 통산 공동 2위
주희정(39·삼성·사진)은 남자프로농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9시즌을 치르고 있는 그는 프로 통산 최다 출장(965경기), 최다 어시스트(5272개), 최다 스틸(1474개) 등 불멸의 기록을 쌓고 있다. 최근에는 3점슛 통산 2위(1118개)에 오르며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전설’이라는 수식어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연습생으로 프로생활을 시작한 주희정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한국나이로 마흔이 된 지금도 그는 조카뻘 후배들과 경쟁하고 있다. 그의 무기는 여유와 자신감이다.
●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
주희정은 19시즌 동안 4차례 이적했다. 자유계약선수(FA)를 통한 이적은 없었다. 4번 모두 트레이드였다. 나래∼삼성∼KT&G(현 KGC)∼SK를 거쳐 지난해 비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주희정은 “처음 나래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될 때는 서운했다. 어린 나이에 나래를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트레이드됐다고 하니 서운함에 며칠을 울었다. 뒤돌아보니 내게는 기회였다. 삼성은 운동하기에 최고의 조건을 가진 팀이었다. 현역 시절 가드였던 김동광 감독님 밑에서 많은 기회를 얻었다. 이적할 때마다 운이 좋았다”고 떠올렸다.
이번 이적도 주희정에게는 호재였다. 2년 전부터 주희정 영입을 원했던 삼성 이상민 감독은 불혹의 선수를 주전 포인트가드로 중용하고 있다. 주희정은 “이번 트레이드도 내게 좋은 기회로 다가왔다. 새로운 팀 분위기에 맞춰가는 것도 프로선수의 능력이다. 감독님의 스타일에 맞춰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감독님이 믿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믿음에 부응하는 길은 팀에 승리를 안기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150만개를 쏴온 3점슛, 자신감이 되다!
주희정의 통산 3점슛 2위 등극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그는 슈팅능력이 제로에 가까웠다. 상대팀이 주희정에게 슛을 허용하는 수비를 했을 정도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물이 올랐다. 특히 올 시즌에는 4쿼터 중요한 승부처에서 수차례 3점슛을 터트려 팀 승리를 견인했다. 이상민 감독은 “(주)희정이 덕분에 이긴 경기가 올 시즌에만 6∼7경기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산 3점슛 공동 2위가 된 3점슛(1월 13일 SK전)도 결승골이었다. 주희정은 “3점슛은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2대2가 중요한데 3점슛이 안 되니 상대 수비가 아예 처져 있어서 패스도 안 되더라. 슛이 들어가면 그만큼 내 옵션이 많아질 수 있었다. 4년차 시즌부터 비시즌마다 하루에 500개씩 슛을 던졌다. 연습한 슛만 대충 150만개는 될 것”이라며 웃었다.
꾸준한 훈련과 자기관리는 자신감의 원천이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진리는 주희정에게서도 입증됐다. “나는 원래 접전에 강한 선수가 아니었다. 젊을 때는 공격력이 좋은 선수들에게 패스만 하고 도망 다녔다. SK에서 벤치 멤버로 투입돼 짧은 시간을 뛰면서 ‘볼을 잡았을 때 적극적으로 공격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비에서 몇 차례 공격이 성공되니 접전에서도 여유가 생기더라. 접전을 즐기게 됐다. 선수는 자신감이다. 지금? 지금 자신감은 프로 데뷔 후 최고다.” 은퇴를 생각할 마흔의 나이, 주희정은 여전히 절정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