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두산 오재일(30)이 22일 잠실 한화전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타율 0.488(43타수 21안타)로 리그 2위를 달리며 맹활약했지만 이날 컨디션 회복 차원에서 라인업에서 빠졌다. 두산 김태형(49) 감독은 경기 전 “오재일과 오재원(31)은 피로가 쌓여 하루 휴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재일은) 거의 5할을 쳤으니 누상에 얼마나 많이 나갔겠냐. 몇 년 동안 하던 걸 올해 벌써 다했으니 피곤하지 않겠나”라며 웃음을 지었다.
팀에서 중심타선을 책임지는 오재일이 선발타순에 없지만 김 감독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1루수 오재일이 빠져도 빈자리를 메울 대체요원들이 즐비한 데다 팀이 선두자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30)가 1루수를 맡는다. 시범경기에서 1루 수비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고,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 애리조나에서 뛸 때도 1루수로 출전한 횟수가 56경기로 가장 많았다. 수비 출장이 오히려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초반 타격감(22일 현재 타율 0.175)이 문제지만 김 감독은 꾸준히 출장 기회를 줄 생각이다.
에반스가 빠진 지명타자 자리는 최주환(28)과 김재환(28)이 책임진다. 최주환은 개막 후 4경기에서 선발로 나섰지만 이후 교체로만 출전하며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20일 수원 kt전에서 6회 대타로 나서 4-4 균형을 깨는 역전 2점포를 날린 것이 주효했다. 결정적 대포 한방에 힘입어 다음날은 물론 22일 경기에도 선발 지명타자 자리를 꿰찼다.
또 다른 대기타자는 김재환이다. 지난해 김 감독의 신뢰 속에 데뷔 후 가장 많은 기회(153타수)를 얻었지만 타율 0.235 7홈런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절치부심하며 맞은 올 시즌엔 중장거리 타자로서 호시탐탐 선발 자리를 노리고 있다. 22일 한화전에서 4-1로 앞선 7회 대타로 나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개인통산 1호)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김 감독은 전날 7연승이 끊긴 것에 대한 질문에 “연승이 끊겨도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 아니냐”며 담담히 말했다. 초반 선두 질주와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감독의 여유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