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의윤. 스포츠동아DB
정의윤의 도루 덕분에 귀중한 1승을 얻었지만 부상 위험으로 아찔했던 상황이었다. 정의윤이 달리다 중심을 잃고 다리가 휘청거려 기우뚱한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었다. 22일 NC전을 앞두고 SK 김용희 감독은 “내가 도루를 한 뒤, (공이 뒤로 빠진 것을 보고) 뛰다가 허리를 다쳐서 은퇴를 했었다”며 철렁했던 속마음을 내비쳤다. 정의윤 역시 “(달리는 순간에) 허리가 찌릿했다. 도저히 계속 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역전 점수가 눈앞에 있는) 그 상황에서 안 뛸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정의윤은 22일까지 타점 1위(20점)를 달릴 정도로 야구가 잘 되고 있다. 홈런도 벌써 4방을 터뜨렸다. 지난해 후반기 LG에서 SK로 트레이드된 뒤 보여줬던 화력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1일 넥센전에서 보여줬듯 정의윤은 몸을 아끼지 않고 필사적이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기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이어 정의윤은 “스프링캠프에서 우리 팀 라인업을 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였다. 나 빼놓고는 모두 풀 시즌을 뛰어 봤고, 대부분 우승 경험도 있더라”고 고백했다. 이런 팀에서 그동안 많이 보여주지 못한 자신이 4번타자 중책을 맡은 이상, 헌신하지 않을 수 없겠다는 다짐이 절로 생긴 것이다.
올 시즌에 대해서도 정의윤은 홈런과 타점에 대한 만족감보다 타율(21일까지 0.277)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삼진(21일까지 16개)이 너무 많다”고도 자책했다. 장거리타자는 어쩔 수 없이 타율이 떨어지고, 삼진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22일 NC전에서 5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타율을 0.286으로 끌어올리면서 삼진 1개를 추가했다.
SK 4번타자를 맡은 뒤 더 위압감 있는 타자가 되고 싶은 책임감을 완벽주의 지향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조금만 못하면 타석에 설 기회를 잡지 어려웠던 경험을 통해 1경기, 1타석의 소중함에 관한 초심을 잊지 않고 있었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