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의윤은 왜 허리가 아파도 달렸을까

입력 2016-04-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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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정의윤. 스포츠동아DB

SK 정의윤. 스포츠동아DB

SK 정의윤(30)은 21일 문학 넥센전에서 4회 기습적인 도루를 했다. 공이 빠진 사이에 3루까지 내달렸다. 넥센 중견수의 송구 실책이 다시 또 나오며 정의윤은 홈까지 들어갔다. 3-2로 역전이 됐는데 공교롭게도 이것이 결승점이 됐다.

정의윤의 도루 덕분에 귀중한 1승을 얻었지만 부상 위험으로 아찔했던 상황이었다. 정의윤이 달리다 중심을 잃고 다리가 휘청거려 기우뚱한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었다. 22일 NC전을 앞두고 SK 김용희 감독은 “내가 도루를 한 뒤, (공이 뒤로 빠진 것을 보고) 뛰다가 허리를 다쳐서 은퇴를 했었다”며 철렁했던 속마음을 내비쳤다. 정의윤 역시 “(달리는 순간에) 허리가 찌릿했다. 도저히 계속 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역전 점수가 눈앞에 있는) 그 상황에서 안 뛸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정의윤은 22일까지 타점 1위(20점)를 달릴 정도로 야구가 잘 되고 있다. 홈런도 벌써 4방을 터뜨렸다. 지난해 후반기 LG에서 SK로 트레이드된 뒤 보여줬던 화력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1일 넥센전에서 보여줬듯 정의윤은 몸을 아끼지 않고 필사적이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기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이어 정의윤은 “스프링캠프에서 우리 팀 라인업을 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였다. 나 빼놓고는 모두 풀 시즌을 뛰어 봤고, 대부분 우승 경험도 있더라”고 고백했다. 이런 팀에서 그동안 많이 보여주지 못한 자신이 4번타자 중책을 맡은 이상, 헌신하지 않을 수 없겠다는 다짐이 절로 생긴 것이다.

올 시즌에 대해서도 정의윤은 홈런과 타점에 대한 만족감보다 타율(21일까지 0.277)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삼진(21일까지 16개)이 너무 많다”고도 자책했다. 장거리타자는 어쩔 수 없이 타율이 떨어지고, 삼진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22일 NC전에서 5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타율을 0.286으로 끌어올리면서 삼진 1개를 추가했다.

SK 4번타자를 맡은 뒤 더 위압감 있는 타자가 되고 싶은 책임감을 완벽주의 지향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조금만 못하면 타석에 설 기회를 잡지 어려웠던 경험을 통해 1경기, 1타석의 소중함에 관한 초심을 잊지 않고 있었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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