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1번타자 맹활약과 김경문의 반성

입력 2016-06-1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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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NC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내가 잘못 생각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16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최근 리드오프로 기용되면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이종욱에 대한 반성이었다. 김 감독은 “사람이라는 게 맞는 옷이 있는데 나는 (이)종욱이가 나이가 들었으니 도루능력이 떨어졌다고 보고 6번으로 내렸다”며 “물론 (이)종욱이의 타점능력을 믿고 내린 거였는데 잘못된 옷을 입힌 것이었다. (이)종욱이도 1번타자를 하고 싶어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1번 타순에 배치되고 나서 집중력도, 타격의 질도 훨씬 좋아졌다. 최근 모습을 보면 계속 1번 타순에 놨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이종욱은 리드오프로 기용되기 시작한 5월 27일 광주 KIA전부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5경기에서 타율 0.351(57타수 20안타), 2홈런, 11타점을 올렸다. 16일 잠실 LG전에서도 그의 불방망이가 승부에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1회 선두타자로 나와 우익선상 2루타를 때려냈고, 나성범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선제결승득점을 올렸다.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9회 2사 1루서는 바뀐 투수 진해수의 시속 133㎞짜리 슬라이더를 통타해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홈런(시즌 4호)을 때려냈다. 팀의 12연승을 완성시키는 화룡정점 홈런포였다.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이종욱은 두산 시절 줄곧 리드오프로 기용됐다. 2006년부터 1번 중견수를 맡아 8년간 5시즌이나 타율 3할 이상을 올렸다. 8년 연속 2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NC로 이적한 뒤 타순이 6번으로 이동했다. 비록 세월이 흘러 스피드는 떨어졌지만 그의 타점생산능력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던 김 감독의 판단이었다. 그도 2014시즌 78타점, 2015시즌 52타점을 올리며 감독의 기대치에 부응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이종욱은 다시 1번에 배치되면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오랫동안 뛰면서 쌓은 리드오프 노하우를 그라운드 위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통솔하며 팀의 무한 연승무드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후 자신의 활약상보다 “팀의 연승을 이어가서 좋다. 스튜어트가 잘 던져줘서 팀이 계속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기 바쁜 진정한 캡틴이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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