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열렸다. NC에 패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LG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사실 시즌 전 LG의 포스트시즌(PS) 진출을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 9위에 처진 성적, 양상문 감독 체제로 온전히 맞은 2번째 시즌이지만 LG에 반등의 요소는 크게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 예상에서도 중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으며 외면 받았다.
양 감독이 시즌 중에 지휘봉을 잡았던 2014년처럼 기적을 썼다. 당시 최하위에서 4위까지 올라 가을야구 막차 티켓을 따냈을 때처럼 극적이었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4위를 달리던 LG는 이후 추락을 거듭해 전반기를 8위로 마감했다. 승패차가 가장 컸던 7월26일에는 36승1무50패로 ‘-14’까지 갔다.
그러나 LG는 8월 들어 9연승을 달리며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시작했다. 6위로 치고 올라온 LG는 9월 들어 4연승과 5연승을 해내며 정체된 중위권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KIA와의 막판 4위 싸움에서도 웃으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WC)의 어드밴티지까지 가져갔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년 만에 다시 찾은 PS는 LG 팬들에겐 ‘잔치’였다. KIA와의 WC 1·2차전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명품 투수전’을 연출했고, 잠실구장에서 2경기 연속 2만5000석을 매진시키며 첫 판부터 가을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2016년 가을잔치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LG가 일등공신이었다. 넥센과의 준PO 4차전에서 2만4352명으로 아쉽게 매진에 실패했지만, LG의 가을을 상징하는 ‘유광점퍼’를 입은 팬들은 고척은 물론, PO가 열린 마산 원정까지 가는 열정을 보였다. PO 1·2차전에서 2연패를 했음에도 잠실로 돌아온 3·4차전에서 재차 2만5000석을 가득 채웠다.
LG 팬들에게 올 가을은 ‘희망’을 본 시간이었다. 양상문 감독은 부임 3년차 시즌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 9위라는 처참한 실패를 맛본 상황에서 더 이상 뒤를 볼 수 없었다. 특히 자신의 신념대로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세대교체’라는 난제를 풀었다. 이 과정에서 베테랑 이병규(배번9)가 은퇴 기로에 서기도 했지만, 결국 양 감독은 가을야구에서 성과를 내며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정규시즌이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면, 포스트시즌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이들에게 심어줘 한 단계 성장시키는 시간이었다. 세기의 바둑 승부로 전 세계를 뜨겁게 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에서 따온 ‘양파고’라는 별명처럼, 양 감독은 때론 냉정하게, 때론 뚝심 있는 야구로 변화무쌍한 용병술을 선보였다.
이천웅(28) 채은성(26) 문선재(26) 양석환(25) 유강남(24) 안익훈(20) 등은 새롭게 LG 야수진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불펜에서도 김지용(28) 정찬헌(26) 임정우(25)의 새 필승조가 든든히 뒷문을 지켰다. 과거에 LG도 그랬지만, 제대로 된 세대교체도 하지 못하고 십여 년간 허송세월하는 팀들이 많은 상황에서 2016년 LG의 재건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잠실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