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민병헌. 스포츠동아DB
● “솔직히 올 가을은 정말 즐겁다”
민병헌은 지난해까지 ‘자책의 아이콘’이었다. 4타석에서 안타 2개를 쳐도, 멀티히트를 기뻐하기보다 안타를 치지 못한 두 타석에 대해 고민을 하느라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마음가짐을 바꿨다.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즐거움을 찾기로 한 것이다. 효과는 확실했다.
그는 올해 개인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역대 한 시즌 가장 많은 경기(134경기)를 뛰었고, 가장 많은 안타(166안타)를 때려냈다. 가장 많은 홈런(16홈런)과 타점(87타점)을 올리며 팀의 정규시즌 1위에 힘을 보탰다. 스스로 “올해 목표는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는 것밖에 없었다”고 할 정도로 마음을 비우고 임한 결과였다.
민병헌은 KS를 임하는 자세도 정규시즌과 마찬가지였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여유’가 생겼다. 그는 “지난해는 정말 잘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는데 올해는 포스트시즌이 정말 즐겁다”며 웃었다.
● “팀이 우승할 수만 있다면…”
민병헌은 지난해 준PO 2차전과 KS 4차전 데일리MVP를 차지했다. NC와의 PO에서도 홈런 2방을 포함해 5타점을 올리며 팀의 KS 진출을 이끌었다. 시리즈 MVP는 더스틴 니퍼트(PO)와 이현승(준PO), 정수빈(KS)에게 돌아갔지만 가을야구에서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그러나 올해 그는 “올해 MVP는 (박)건우, (김)재환이 같은 선수들에게 돌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아직 타이어가 많이 남아있다”며 농담을 건넸지만, 진짜 이유는 “경험 없던 선수들이 큰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해서 MVP가 되면 앞으로 팀이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실 (박)건우나 (김)재환이가 KS를 앞두고 긴장을 많이 했다. 그 친구들이 부담감을 줄이고 잘 해서 팀이 이기면 좋겠다”며 “내가 바라는 건 팀 우승 하나다. 그렇게만 된다면 내가 꼭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된다. 오직 팀이 이기는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후배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선배이자 PS 베테랑다운 말이었다.
마산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