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재영.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우완 사이드암 김재영(24)은 KBO리그 데뷔 첫해인 2016시즌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 했다. 2016시즌 신인지명회의 2차 1라운드(전체 2번)에서 한화에 지명된 기대주. 구단은 최고구속 150㎞의 빠른 공과 포크볼을 앞세워 대학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던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지난해 개막 2번째 경기(4월1일 잠실 LG전)에 그를 선발로 내보낸 것도 구단의 기대치를 보여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김재영은 지난해 1군 11경기에서 승패 없이 10.32(11.1이닝 13자책점)의 초라한 방어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일본 오키나와 1차 스프링캠프 때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시범경기 등판도 무산됐다. 천만다행으로 2군 개막전인 4월4일 서산 kt전에서 6이닝 5안타 1볼넷 6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것이 전환점이 됐다. 첫 단추를 잘 끼운 덕분에 2군경기 6게임에서 4승, 방어율 1.06(34이닝 4자책점)의 좋은 성적을 거두며 존재감을 알렸고, 9일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다. 이후 13일 잠실 LG전 선발승(6.2이닝 무실점) 포함 1군 2경기에서 7.2이닝 무실점으로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질적인 제구 불안이 그를 괴롭혔다. 아무리 공이 좋아도 제구가 되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지난해 1군에서 삼진 4개를 잡아내는 동안 4사구가 11개(8볼넷)였고, 피안타율도 0.391로 높았다. 그러다 보니 상대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무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그 효과적인 무기가 바로 포크볼이다. 대학 시절에는 최고구속 150㎞의 빠른 공에 포크볼을 섞어 던지니 그 위력이 대단했다. ‘사이드암투수의 포크볼’이라는 생소함도 작용했다. 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제구가 되지 않으니 그 위력적인 포크볼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포크볼은 김재영의 주무기다. 데뷔 첫 승을 거둔 13일 59개의 직구를 던지면서 포크볼을 50개나 곁들였을 정도다. 임기영(KIA), 고영표(kt), 한현희(넥센) 등 사이드암 선발투수가 득세하는 요즘 체인지업이 아닌 포크볼을 주무기로 삼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김재영은 “포크볼을 던지는 사이드암투수는 많지 않다”며 “생소함이 무기가 될 수 있다. 나는 좌타자와 우타자를 상대할 때 포크볼 그립을 다르게 잡는다. 나도 어디서 어떻게 떨어질지 모를 정도”라고 설명했다. 우완 사이드암투수들이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을 연마하는데, 김재영은 2가지 종류의 포크볼로 이를 대신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브의 완성도를 높이면 더 위력적인 선발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다. 김재영은 “(임)기영이나 (고)영표형이 정말 잘 던진다. 사이드암투수들이 잘하니 보기 좋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 올해는 무조건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