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두산 김태형 감독은 요즈음 경기 전 덕아웃 인터뷰에서 유독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단독선두를 질주하다 못해 2위권과의 경기 차까지 널찍이 벌리고 있는 두산의 활약에 대해 취재진의 질문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잘 나가는’ 두산에게는 그야말로 최근 거칠 것이 없다. 선발투수들은 서로 다승왕 경쟁을 벌이고 있고, 타자들은 ‘양보란 없다’는 듯이 서로 해결사 노릇을 앞 다퉈 하고 있다. 외국인타자 지미 파레디스가 유일한 오점 격이었는데, 시즌 도중 작별을 하게 되면서 이마저도 해결(?)한 모습이다.
김 감독은 3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요즘 고민이 있기는 한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동안 침묵한 뒤 “프로 감독인데 왜 고민이 없겠나”라며 의연하게 답했다. 이어 “감독은 하루살이 인생이다. 오늘 하루를 버티고, 또 내일 하루를 생각하기 마련이다”고 덧붙였다.
1위를 계속 질주 중인 것에 대해서는 “1위를 지킨다는 게 어떻게 가능하겠나. 성적이란 시즌을 끝내고 난 뒤에 받아드는 결과물이다.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지는 것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팀의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계속 질문이 끊이질 않자 김 감독은 결국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이런 게 좀 부끄럽네요. 이제 그만 하시죠(웃음)”라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연신 닦아냈다. 김 감독은 애써 “오늘 정말 덥네요”라는 말을 남기며 덕아웃 인터뷰를 황급히 끝냈다. 1위 팀 감독에게 결국 고민 아닌 고민이 생긴 모습이었다.
광주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