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스토리] ‘돈의 맛’ 김강우 “임상수 감독님, 꼭 상 받았으면 좋겠다”

입력 2012-05-25 10: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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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 감독님에게 꼭 박수쳐드리고 싶다.”

영화 ‘돈의 맛’이 제65회 칸 영화제에 간다는 소식을 들었던 배우 김강우(34)는 “처음엔 별로 느낌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단한 일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니, 작품성․타이밍․운이 모두 다 잘 맞아야 되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몇 천, 몇 만 편 중 우리 영화가 선택된 게 아닌가. 자긍심이 생긴다.”

특히 그는 꼭 임상수 감독이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김강우는 “타협해서 좀 더 상업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었지만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임상수 감독님께 박수 쳐 드리고 싶다”고 했다.

‘돈의 맛’에서 대한민국 최상류층 백씨 집안의 충직한 비서로, 그룹의 은밀한 검은 뒷일을 도맡아 가며 점점 돈맛을 알아가는 주영작 역을 맡은 김강우를 만났다.

▶ “지긋지긋할 법도 한 돈…보고 또 봐도 좋더라.”

- 이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제목부터 흥미로웠다. 철학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고 왠지 섹시한 기분도 들고 제목만으로 뇌리에 남았다. 무엇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남다른 개성이 좋았다.”

- 이젠 돈만 봐도 지긋지긋할 것 같다.

“그래도 좋더라. (웃음) 그게 사람인 것 같다. 근데 돈이 너무 많으니 무섭고 좋은 게 아니더라. 영화 백씨 집안사람들만 봐도 돈으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는 것 같지만, 제약이 있다. 돈도 어느 정도 있어야지 너무 많으면 불행하더라.”

- ‘주영작’ 역을 맡으며 가장 고민을 한 부분이 있다면?

“삶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일들이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다. 만약 내가 ‘이런 일이 어디 있어?’라고 생각한다면 영작이를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역할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 영작은 백씨 가족들이 주는 자극에 그대로 반응하면 됐다. 뭔가 꾸며서 하면 연기가 촌스러워질 것 같았다.”

-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비서 역이었다. 사전조사는 했나?

“상류층 역이 아니어서 따로 사전조사를 할 필요는 없었다. 관련서적을 읽긴 했다. 책을 읽으며 ‘정말 이렇게까지 하면서 사람들이 살까’ 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도 백씨 집안은 괴팍하고 수치심도 없지 않은가. 그걸 그대로 믿어야 했다. 믿지 않으면 이 영화 자체를 이해를 못할 테니까.”


▶ “임상수 감독님은 악동이자 영원한 청년”

- 윤여정과의 베드신이 많은 화제를 낳았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걱정한다고 해결되진 않은 것 아닌가. 김강우와 윤여정이 아닌 주영작과 백금옥이 만나는 것뿐이었다. 촬영하는 날은 오히려 걱정이 되지 않았다.”

- 개봉 전, 너무 선정적인 부분만 강요돼 걱정은 안 되나?

“사실 걱정이다. 이 영화를 보면 분명 ‘안 야해’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선정적인 부분보다 백씨 집안사람들의 생각, 행동 등에 더 놀라야 이 영화를 더 잘 본 거라고 하고 싶다.”

-김효진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워낙 쿨하고 털털하고 내가 본 배우들 중 가장 성격이 좋은 배우인 것 같다. 이번에 연기도 너무 잘했고. ‘돈의 맛’에서 김효진의 매력을 엄청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촬영 중에 효진씨가 ‘오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좀 멋진 대답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왜냐면 그 동안 찍었던 영화와 표현방법이 너무 달랐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과감한 대사들이 많았으니까. 그런데 감독님 지시 하에 둘 다 잘한 것 같다.”

- 임상수 감독과는 어떤 말을 가장 많이 주고받았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했다. 촬영하기 전에 매일 만나서 10시간씩 이야기 했다. 술 마시다가,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산책하다가, 또 술 마시고…데이트 했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깜짝 놀란 것이 너무 젊은 생각을 갖고 계신다는 점이었다. 악동 같은 면도 있으시고 영원한 청년이신 것 같다.”

▶ “연기 생활 10년, 이제 ‘연기의 맛’ 좀 제대로 느껴보겠다”

- 배우로서 데뷔한 지 10년이 됐다. 배우 김강우로서 변화가 있었나?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10년은 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최소 10년은 해야지 내 색깔을 내는, 연기의 맛을 낼 줄 아는 배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까불지 말자, 어디 가서 배우라고 하지도 말자’ 라는 생각을 했다. 대표작에도 운운하지 않았고 멜로는 일부러 하지도 않았다. 왜냐면 멜로는 정말 날 감정으로 가야 되는데 그 감정을 잘 표현하려면 10년은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 올해만 영화 4편이 나온다.

“작년에 아이 키우느라 바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게 아이 엄마만의 일은 아니지 않는가. 백일이 지나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그래서 한꺼번에 작품들이 개봉되는 것 같다.”

- 아버지가 되니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것 같다.

“확실히 그렇다. 결혼하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결혼하고 아버지가 되니 내가 번 돈으로 가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 특히 이 꼬맹이(아들)한테 뭘 해줄까 생각한다. 그게 나에겐 돈의 맛이다. 순수한 돈의 맛.”

- 처제 한혜진이 요즘 예능계에 대세녀가 됐다. ‘힐링캠프’에 초대받은 적 없나?

“안 불러주더라. 전화라도 할 걸 그랬나?(웃음) 에이~그런데 내가 나가면 ‘우리 가족이에요’라는 것 밖에는 없지 않은가. 한혜진이 처음 ‘힐링캠프’ 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워낙 똑똑해서 잘 할 줄 알았다. 재치도 넘치고 좋은 배우이기도 하고. 나에겐 귀엽기도 하고 어쩌면 나보다 더 철든 처제이다.”

-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자기 욕망에 대해 솔직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내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왔는지,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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