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름다운 한국에 다시 와서 반갑다. 많은 분들이 환영해줘 감사하다”며 “새해에 좋은 일만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맥쿼리는 10일 공식 기자회견 후 부산 레드카펫 행사를 가기에 앞서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간단한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맥쿼리는 2000년 ‘더 웨이 오브 더 건 (The Way of The Gun)' 이후 연출을 맡은 것은 12년 만이다. 맥쿼리 감독은 12년 만에 연출해야만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12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지만, 사실 1년마다 연출을 하고 싶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영화를 주지 않았다.(웃음) 마지막으로 연출한 작품이 흥행에 실패했고 나를 믿고 작품을 맡기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다른 사람의 각본을 수정하며 내 영화를 만들 때를 기다렸다. 그게 ‘잭 리처’다.”
‘잭 리처’는 도심에서 저격수에 의해 시민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용의자의 의뢰를 받은 해결사 잭 리처가 의문의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의 액션 영화다. 이 영화는 리 차일드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만들었으며 톰 크루즈가 주연 뿐 아니라 제작에 참여했다.
‘잭 리처’의 주연인 톰 크루즈는 원작인 ‘잭 리처’의 독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톰 크루즈의 이미지와 소설 속 주인공의 이미지가 다르다는 이유다.
하지만 원작 작가인 리 차일드는 “역사상 최고의 배우가 내 작품의 주인공을 연기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연출가인 맥쿼리 감독도 “톰 크루즈는 탁월하게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톰 크루즈는 인간적으로 잭 리처와 유사한 점이 많고 우리가 잭 리처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사실성을 담아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작전명 발키리’이후 다시 톰 크루즈와 작업한 맥쿼리 감독은 “톰 크루즈는 스트레스 받을 상황임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경이 정말 좋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도 배우들은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톰 크루즈는 그런 스트레스를 스스로 잘 다스릴 줄 알고 늘 침착해지려고 한다.”
맥쿼리 감독은 이번 영화를 찍으며 주인공인 잭 리처의 생각을 시각화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관객들에게 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잭 리처의 생각만으로도 이야기를 이해시켜야 했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 살해 용의자로 주목된 사람이 용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다. 관객들에게 잭 리처가 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고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캐릭터가 부각이 돼야 했다.”
이 영화에서 잭 리처는 소시민의 대변하는 인물이며 물질주의와 기술주의에 반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영화를 보면 이 시대에 흔한 휴대폰도 사용하지 않고 손목시계도 차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맥쿼리 감독은 “원작에서 그의 생활방식이 매력적이었다. 요즘 영화는 무슨 문제가 생기면 휴대폰을 열고 통화 한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나”며 “우리 영화는 그런 면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잭 리처는 굉장히 아날로그적이며 인간의 본능이 강조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영화 ‘잭 리처’는 지난해 12월 미국 코네티컷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시사회를 취소하기도 했다. 영화 내용이 총기 사건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맥쿼리 감독은 “지난해 미국에서 안타까운 총기사건이 일어났다. 우리 영화 시사회 날이 그 총기사건이 일어난 다음날이었다. 모든 국민이 애도를 표하는 기간인 만큼 시사회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총기 소유’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국민들이 총기를 자유로이 소지할 수 있다. 그것은 자유이자 권리이기 때문에 내가 이것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권리 뒤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영화 속에 폭력적인 장면을 넣기도 한다. 하지만 폭력 뒤에는 반드시 안 좋은 대가를 치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들이 ‘자유’나 ‘권리’뿐 아니라 ‘책임’도 늘 생각했으면 좋겠다.”
맥쿼리 감독은 ‘잭 리처’의 각본을 맡기도 했다. ‘유주얼 서스펙트’(1995)의 각본을 써 평단의 뜨거운 평가를 받으며 각본상을 휩쓴 맥쿼리 감독은 한국의 시나리오 작가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는 미래의 시나리오 작가들을 위해 조언을 하기도 했다.
“내가 보고 싶은 작품, 내가 쓰고 싶은 작품, 머릿속에 있는 작품을 쓰는 게 답이다.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쓰는 것은 이미 실패한 것이다. ‘유주얼 서스펙트’를 쓸 때 그런 규칙을 위반하고 썼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고 ‘작전명 발키리’도 사람들의 혹평 속에 썼지만 흥행할 수 있었다. 꿈이 있으면 꿈을 좇았으면 좋겠다.”
맥쿼리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산업에 뛰어든 한국의 박찬욱 감독과 김지운 감독을 격려하기도 했다.
“현재 할리우드는 새로운 피가 필요하다. 이들이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한국영화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할리우드에서 한국 영화의 맛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맥쿼리 감독은 ‘미션 임파서블5’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 맥쿼리 감독은 “톰 크루즈와 서로 이야기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미션 임파서블5’는 전작보다 만드는 것이 주눅 들고 압박을 받는 게 사실이다. 영화의 분위기나 장르도 그렇지만 전작들의 성공이 굉장한 부담감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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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